[뉴스분석] 오라클-구글 자바전쟁, 핵심 쟁점은


오라클과 구글이 벌인 세기의 자바 특허 전쟁이 2심에서 뒤집혔다. 항소법원이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도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면서 오라클의 손을 들어준 때문이다. 1심에서 완승했던 구글의 완벽한 역전패. 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만들 때마다 오라클의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하게 됐다.

이번 재판은 2010년 오라클의 제소로 시작됐다. 이번 재판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예전에 내가 썼던 기사 중 일부를 인용하는 것으로 대체한다. (좀 더 자세한 배경을 알고 싶은 분은 구글-오라클, ‘자바 특허전쟁’ 뒤집히나’ 를 참고하면 된다.)

이번 특허 전쟁은 오라클이 지난 2010년 구글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오라클은 2009년 70억 달러에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뒤 본격적으로 특허 공세를 시작했다. 오라클은 구글을 제소하면서 60억달러 가량의 피해 배상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1심 재판은 구글의 완승으로 끝났다. 특히 재판 담당 판사인 윌리엄 앨섭은 아예 오라클 자바 API를 특허권으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오라클 입장에선 KO 패나 다름 없었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항소심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자바 API도 특허권으로 보호받아야 할 뿐 아니라▲구글의 자바 API 활용이 공정 이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오라클의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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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쟁점1]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와 API

이번 재판 쟁점을 이해하기 위해선 프로그래밍 언어와 API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는 오픈소스다. 따라서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다. API 역시 오라클이 자바 프로그래밍 언어를 토대로 최적화한 것이다. 오라클이 만든 API를 창의적인 저작물로 인정할 것이냐는 점이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1심 재판 당시 배심원들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자바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구글의 자바 API 활용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된다고 평결했다. 공정 이용으로 인정받을 경우 저작권 침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재판을 담당한 윌리엄 앨섭 판사는 배심원들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프로그래밍 코드인 API를 저작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항소법원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판단을 했다. 1심 재판부, 더 정확하게는 앨섭 판사가 ‘어떤 부분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으며’ ‘저작권 침해 행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해 완전히 오해를 했다고 판결했다. 사실상 1심 재판부의 논리 자체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핵심쟁점2] 저작권 인정 범위 

구글이 오라클 API를 특허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논리는 간단하다. API 자체가 아주 짧은 명령어로 구성됐기 때문이란 것. 그런 명령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API도 저작권으로 보호해줄 수 없다는 게 구글 측 논리였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문학적인 사례를 들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를 예로 든 것. ‘두 도시 이야기’를 구성하는 건 짧디 짧은 단어와 문장들. 그 자체론 전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한 데 모여서 창의적인 작품을 이뤘을 때는 저작권으로 보호해줘야 한다는 게 항소재판부의 논리였다. 자바 API도 마찬가지란 얘기다.

[핵심쟁점3] 컴퓨터 프로그램에 저작권 부여하는 문제

이번 소송에선 컴퓨터 프로그램을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냐는 부분도 쟁점이었다. 1심 재판부는 그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전에 정의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란 게 당시 판결 이유였다.

하지만 항소법원은 이런 판결이 기존 판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판결했다. 무엇보다 컴퓨터 프로그램도 저작권 보호를 해줘야 한다는 의회의 방침 뿐 아니라 제9 순회 항소법원 판례와도 정면 배치된다고 설명. 1심 법원이 “컴퓨터 프로그램의 구조와 시퀀스, 조직을 훔쳐도 된다는 얘긴 아니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게 항소법원의 입장이었다.

[핵심쟁점4] 호환성 이슈

구글은 이번 소송에서 자바 API를 쓴 게 호환성 문제도 있다고 주장했다. 안드로이드와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정이용(fair use)이란 게 구글의 설명. 물론 1심 재판부도 이 논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이 부분은 포스페이턴츠가 인용한 판결 요지를 그대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다.

given the record evidence that Google designed Android so that it would not be compatible with the Java platform, or the JVM specifically, we find Google’s interoperability argument confusing. […] The compatibility Google sought to foster was not with Oracle’s Java platform or with the JVM central to that platform. Instead, Google wanted to capitalize on the fact that software developers were already trained and experienced in using the Java API packages at issue.

[핵심쟁점5] 공정 이용

1심 재판에서 구글이 승리한 가장 큰 무기는 ‘공정이용’이었다. 배심원들이 구글의 자바 API 특허권 침해는 인정하면서도 면죄부를 준 건 공정이용이었다고 판단한 때문. 물론 나중에 앨섭 판사가 API 특허권 자체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판결을 강화하긴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에 1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면서 공정이용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라고 권고했다. 1심 재판부가 공정 이용에 대해 지나치게 포괄적인 해석을 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구글이 1심에서 승리할 당시 호환성을 기반으로 한 공정 이용 논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항소법원은 호환성 문제는 자바 API 패키지에서 제한적인 역할만 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파기환송심에서는 ‘공정이용’의 허용 범위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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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 문학으로 시작해서 문학으로 끝난 소송

이번 항소심은 지난 해 12월 시작됐다. 당시 오라클의 항소 이유서가 큰 화제가 됐다. 안드로이드를 빗댄 ‘앤 드로이드’란 등장인물을 내세운 때문이다. 당시 오라클은 앤 드로이드란 작가가 조앤 롤링 ‘해리포터’를 살짝 바꾼 뒤 자기 작품이라고 우기는 상황을 상정했다. 오라클 항소 이유서는 구글의 저작권 침해를 알기 쉽게 설명한 것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항소심 재판부도 문학으로 화답했다.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API가) 작은 언어들로 구성됐다고 해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오라클 논리에 힘을 실어줬다.

[향후 쟁점] 안드로이드에 오라클 세 신설되나

이번 소송에서 오라클은 구글에 60억 달러 배상금을 요구했다. 삼성과 애플 간 2차 소송당시 애플이 삼성에 요구한 배상금이 22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오픈소스 장점을 내세워 안드로이드의 영향력을 키웠던 구글에겐 치명적인 결과. 구글 패소가 확정될 경우 배상금을 물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를 만들 때마다 ‘오라클 세’를 내야 한다. 물론 소스코드를 바꿔서 특허권을 우회할 순 있겠지만 그 또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번 소송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포스페이턴츠가 잘 요약해주고 있다. 반면 테크더트는 2심 판결을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번 판결에 대한 오라클의 입장을 잘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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