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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꼴찌의 반란’ 탬파베이 2%부터 혁신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012년 7월12일자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탬파베이 팀 얘기를 다룬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 출간 직후에 청탁받고 쓴 글입니다.

이런 상상을 한번 해 보자. 어떤 중소기업이 삼성과 LG를 제치고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저러다가 밀려나겠지 했는데, 계속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 어느 새 국내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로 삼성, LG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쯤 되면 ‘기적’이란 표현이 아깝지 않다.

이번엔 시선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로 한번 돌려보자. 창단 이후 10여 년 동안 꼴찌를 도맡아 하던 팀이 갑자기 우승을 해버렸다. 일시적인 돌풍이려니 했는데, 그 때부터 계속 우승을 다투고 있다. 4년 사이에 아메리칸리그 우승 컵을 두 번이나 들어올렸다. 지난 해엔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또 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 쯤 되면 어떤 중소기업이 삼성, LG 같은 대기업과 맞붙어 싸워서 이기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4년 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꼴찌의 반란’ 신화를 쓰고 있는 팀. 바로 탬파베이 레이스다. 탬파베이는 한국 선수들과도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지금은 기아 팀에서 뛰고 있는 서재응 선수가 한 때 선발투수로 활약했고, 지금은 이학주 선수가 최고 유망주로 마이너리그에서 차곡 차곡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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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가 소속된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북미 스포츠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악의 제국’으로 불리는 뉴욕 양키스 뿐 아니라 한 때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렸던 보스턴 레드삭스도 막강한 재력을 자랑한다. 연봉 총액만 따져도 각각 탬파베이의 5배, 3배 수준에 이른다.
당연히 탬파베이의 성공 비결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 (원제: Extra 2%) 저자인 조나 케리는 탬파베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2%’의 비밀을 열어 젖힌 덕분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우리가 탬파베이의 성공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탬파베이가 찾아낸 ‘보이지 않는 2%의 비밀’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기업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소통과 격려가 직원들을 춤추게 한다

한 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인기를 끈 적 있다. 범고래 샴 조련사 이야기에서 소재를 찾은 그 책은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서로 신뢰를 다져나가는 것이 활기찬 쇼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부정적인 면을 꼬집기보다는 긍정적인 쪽에 초점을 맞추고, 늘 칭찬과 격려를 앞세우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란 게 그 책이 전하는 메시지였다.

“과정을 칭찬하고 잘못된 일이 생겼을 때는 에너지를 전환시키는 반응 방식입니다. 이 반응 방식은 참을성과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히 힘듭니다. ~ 어쩌면 여러분은 자신의 눈길을 끌었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찬찬히 되짚어봐야 할 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 자신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중에서)

‘만년꼴찌’ 탬파베이의 변신 역시 바로 그 부분에서 시작됐다. 탬파베이의 상반된 두 최고경영자(CEO)를 살펴보면 이런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수렁 속에서 헤매던 시절 탬파베이를 이끈 빈스 나이몰리는 독선적인 경영자였다. 모든 걸 자신이 처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었다. 영업전략부터 인력 채용까지 모든 과정에 사사건건 간섭했다. 조금만 잘못한다 싶으면 곧바로 호통이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구단 내에는 늘 긴장 상태가 이어졌다. 직원들은 나이몰리를 피해 다니기에 바빴다. 그 결과 적극적으로 뭔가를 도모하기 보다는 나이몰리에게 지적받지 않는 것을 최고 목표로 삼게 됐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게 됐다. 당연히 혁신이나 창의적인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톱다운 방식’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전형이었다. 최고경영자가 움직이기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조직이었다.
2007년부터 경영권을 잡은 스튜어트 스턴버그는 ‘나이몰리 방식’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개혁을 시작했다. 스턴버그는 꼭 필요한 부분 외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맡은 일에 대해선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재량껏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최고경영자가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상황을 악화시킬지 모른다는 걱정없이 자신들의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고통스러운 일터’였던 탬파베이를 ‘즐겁고 신나는 곳’으로 바꿨다. 스턴버그와 함께 탬파베이 경영진의 3대 축을 형성했던 맷 실버맨 사장과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들은 ‘막힌 언로’를 회복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사내에 제안함을 설치한 뒤 어떤 아이디어든 과감하게 털어놓을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다가 실패하더라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대신 잘한 일에 대해서는 아낌 없이 보상했다.
이런 변화는 조직 내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왔다. 나이몰리 시절엔 시킨 일만 하는 사람이 살아남았다. 하지만 스턴버그는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유형을 더 존중했다. 과감하게 뭔가를 시도하다가 실수를 하는 사람을 기꺼이 포용했다.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설사 어떤 일을 도모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처벌하지 않았다. 대신 실패로부터 배우는 일을 게을리하는 사람들은 용납하지 않았다.
감독을 맡은 조 매든 역시 선수들과 적극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매든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할 때 ‘긍정적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긍정적 강화란 칭찬, 상, 표창장, 금전적 보상 등과 같이 만족감을 주는 자극을 말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선수들의 신뢰를 이끌어내면서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B. J 업튼을 비롯한 탬파베이의 젊은 선수들은 조 매든 감독의 긍정적 강화 덕분에 맘껏 기량을 펼치고 있다.

경영진과 현장 지도자가 한 곳을 봐야 한다

흔히 애플은 스티브 잡스 한 사람이 이끈 기업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잡스의 카리스마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잡스의 지도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 잡스가 없었다면 지금의 애플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뿌린 혁신 유전자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혁신 제품으로 결실을 맺었다.
x9788994478210하지만 독선적인 지도력만으론 직원 4만 명에 이르는 거대 기업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 최고경영자와 현장 지도자가 늘 머리를 맞대고 한 방향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잡스가 진짜 뛰어난 점은 바로 애플 특유의 시스템을 만들어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애플이 큰 무리 없이 전진해나가는 것은 바로 이런 덕목 덕분이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지난 2010년 대표적인 IT 전문 기자인 월터 모스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경쟁력의 원천은 신뢰에 바탕을 둔 격의 없는 토론이라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잡스가 전제 군주에 가까운 권력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경영진들이 토론을 통해 함께 나아갈 방향을 도출해 왔다는 것이다. 이런 합의 과정을 통해 같은 목표 지점을 향해 달려왔던 것이다.
탬파베이의 혁신 과정에서도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난다. 스튜어트 스턴버그를 비롯한 탬파베이 경영 3총사는 야구계의 기존 관행들을 과감하게 탈피하려고 했다. 또 나이몰리 시절 직원들을 옥죈 강압적인 문화를 벗어던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그 선에서 머물지 않았다. 현장 책임자인 감독이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팀을 근본적으로 바꾸긴 힘들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잡스 재임 시절 팀 쿡, 조너선 아이브 같은 뛰어난 인재들과의 대화를 중시했던 것처럼, 스턴버그 역시 경영진과 현장 감독 간의 소통을 어떤 것보다 강조했다.
2007년부터 탬파베이를 이끌고 있는 조 매든은 메이저리그에서 누구보다 창의적인 사고를 많이 하는 감독이다. 실제로 탬파베이 경기를 보면 흔히 야구계의 통설로 통하는 부분을 따르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오른손 투수에게는 왼쪽 타자를, 왼손 투수에게는 오른쪽 타자를 내보내야 한다는 속설 같은 것들은 매든에겐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타자의 스윙 궤적이 투수의 공을 잘 쳐낼 수 있는 지 여부를 더 중요하게 간주했다. ‘간판 마무리 투수가 9회 한 이닝을 책임진다’는 현대 야구의 또 다른 통설 역시 지키지 않을 때가 많다. 가장 뛰어난 투수를 가장 긴급한 상황에 자주 활용했다. 주자 만루 상황에서 상대편 타자를 볼넷으로 걸러보낸다거나, 9회말 마지막 긴박한 상황에서 외야수를 내야로 전진 수비시키는 등의 기상 천외한 작전도 탬파베이 팀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다.
물론 이런 부분은 조 매든 감독이 열린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현장 간부가 기존 관습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턴버그 구단주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첫 발을 내디딜 때부터 야구계의 오랜 관행들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틀에 박힌 훈련이나 별 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관습들에 얽매이지 않았다. 이들은 감독을 영입할 때도 위계질서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자기성찰적인 시스템에 적합한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영입한 인물이 바로 조 매든 감독이다. 당연히 이들은 매든 감독의 창의적인 팀 운영을 적극 지원했다. 어떻게 보면 조 매든 감독의 창의적인 팀 운영은 스턴버그 구단주의 경영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스턴버그 구단주나 맷 실버맨 사장, 그리고 프리드먼 단장은 어떤 일을 할 때 늘 “당신이 왜 그런 방식으로 하는 지 그 이유를 알려주시겠습니까?”란 질문을 던진다. 그들이 야구계의 오랜 불문율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열린 자세 때문이다. 매든 감독 역시 선수들 위에 군림하기 보다는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걸 선호한다.
매든 감독도 부임하면서 바로 뛰어난 성적을 올린 건 아니다. 부임 첫 해인 2007년엔 오히려 전년도보다 더 성적이 안 좋았다. 이 과정에서 탬파베이 경영진은 감독과 잘 교감했다. 경영진이나 감독이 생각하는 방향이 같았던 것이다. 이들은 어차피 지금 당장 승부를 걸 상황이 아니란 점을 잘 알았다. 무기력한 경기 끝에 패하는 경기가 계속 이어질 때도 전폭적인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늘 함께 토론하면서 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탬파베이가 이듬 해인 2008년부터 면모를 일신할 수 있었던 것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경영진과 현장 지도자가 신뢰를 잃지 않았던 덕분이다. 경영진의 기다림 덕분에 조 매든 감독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눈 앞의 승패보다는 장기 전략을 중시하라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가 있다. 하루 아침에 모든 걸 뜯어고치고, 단기간에 성과를 올리려는 과욕을 부리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무리수를 두게 되고, 결국 변화를 이끌어낼 에너지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지난 해부터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는 노키아나 리서치인모션(RIM) 같은 스마트폰 업체들은 벼랑 끝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이런 저런 무리수를 쓰다가 더 꼬이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 때 변화를 꾀하다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간 기업 중엔 이런 함정에 빠진 곳이 적지 않다.
변화되기 전 탬파베이 팀이 딱 이랬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접근하는 대신, 눈 앞에 보이는 성적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했다. 한 해는 차근 차근 팀을 육성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그 이듬해엔 우승 조급증에라도 걸린 팀처럼 거액을 들여 노장 선수들을 영입했다. 일관된 계획 없이 우왕좌왕했다. 한 팀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오락가락했다. 왜 그랬을까? 경영진들이 단기 승부에서 연이어 패배하는 걸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질 게임은 지면서 차근 차근 준비해나가는 인내심이 부족했던 탓이다.
2007년부터 탬파베이를 이끈 새 경영진들은 이런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단기간에 모든 걸 바꾸기 위해 무리하기 보다는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 차근 변화시켜 나갔다. 하루 아침에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과욕을 부리지도 않았다. 장기 경쟁력을 갖추기 전까지 일관된 계획을 갖고 팀을 키워나갔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패배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지더라도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았다.
스크린샷 2014-05-14 오후 11.18.46실제로 탬파베이는 경영진이 바뀐 첫 해인 2007년에는 전해보다 성적이 더 나빠졌다. 96번이나 패배하면서 또 다시 꼴찌에 머물렀다. 하지만 2007년의 꼴찌는 이전과는 달랐다. 몇 게임 더 이기기 위해 당장 쓸만한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질 경기는 과감하게 지는 쪽’을 택했다. 대신 팀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몇 게임 더 이겨서 꼴찌를 탈출하는 것보다는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드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도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를 위해 탬파베이 경영진이 주목한 것이 바로 수비였다. 화려한 공격진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당장 시원한 느낌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승리하는 팀을 만들지는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접근은 당시 대다수 메이저리그 야구팀들이 출루율과 장타율이 뛰어난 타자를 선호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실제도 당시 많은 팀들은 저평가된 선수를 찾을 때 출루율을 최우선으로 봤다. 오클랜드의 부활을 이끈 빌리 빈의 ‘머니볼’ 때문이었다. 빌리 빈은 출루율과 장타율이란 잣대를 앞세워 저평가 우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탬파베이는 출루율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출 경우 수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홈런을 펑펑 때려내면서 점수를 올리는 것보다, 탄탄한 수비를 통해 실점을 줄이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대표하는 것이 2007년 시즌이 끝난 뒤 단행된 델몬 영 트레이드였다.
델몬 영은 마이너리그 MVP 출신으로 탬파베이가 프랜차이즈 스타 후로로 키우던 선수였다. 하지만 수비력 강화를 통해 내실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전략엔 잘 맞지 않는 선수였다. 가끔씩 사생활에서 문제를 일으키긴 했지만, 델몬 영의 화려한 공격력은 관중들을 즐겁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탬파베이 경영진은 델몬 영이 화려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수비력이 뒤지기 때문에 팀 공헌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결국 탬파베이는 델몬 영을 미네소타로 보냈다. 대신 선발 투수인 맷 가르자와 유격수 바틀렛을 영입했다. 덕분에 2007년 사상 최악이었던 탬파베이의 수비력은 2008년엔 메이저리그 전체 4위 수준으로 향상됐다. 2008 시즌에 사상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는 ‘화려한 외양’ 보다는 ‘실속 있는 인재’를 더 중시한 용병술도 크게 한 몫 했다.
탬파베이는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수비를 비롯한 각종 기본기가 가장 탄탄한 팀 중 하나로 꼽힌다. 일단 기본을 탄탄하게 갖춰 놓게 되면 여러 가지 변화와 혁신을 꾀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새로운 왕조가 열리기 직전 수비를 든든하게 다진 덕분에 탬파베이는 이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탄탄한 팀으로 거듭나게 됐다.

몸값이 뛰기 전에 뛰어난 인재 발굴하라

탬파베이는 가난한 팀이다. 같은 지구(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경쟁팀인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와 비교하면 형편 없는 수준이다. 양키스는 탬파베이 연봉 총액의 다섯 배, 레드삭스는 세 배 수준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거액을 들여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들여 영입한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슬럼프에 빠질 경우엔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기 십상이다.
탬파베이 구단주인 스튜어트 스턴버그와 단장인 앤드류 프리드먼은 이런 함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 대목에서 자신들이 월가에서 갈고 닦은 솜씨를 발휘했다. 바로 차익거래였다. 가능성 있는 선수를 싼 값에 영입한 뒤 그 선수의 가치가 올라갈 때까지 보유했다가 정점에 달했을 때 과감하게 트레이드하는 전략이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회사 가치가 바닥을 쳤다고 판단될 때 과감하게 매입하는 것과 같은 전략이다. 탬파베이는 또 스타가 될 자질이 있는 선수는 아예 제대로 경기에 뛰기 전에 장기 계약으로 묶어버린다. 실제로 탬파베이는 에반 롱고리아나 제임스 쉴즈 같은 간판 선수들을 이런 방법으로 굉장히 헐 값으로 오랜 기간 자기 선수로 묶어놨다.
물론 이런 방법은 메이저리그의 가난한 구단들에겐 일반적인 관행이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여기서 한 걸을 더 나간다. 바로 가능한한 구단이 선택권을 갖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탬파베이는 2008년 에반 롱고리아가 메이저리그에서 채 뛰기도 전에 9년 계약을 체결했다. 롱고리아의 가치가 가장 낮을 때 과감하게 투자를 한 것이다. 그런데 더 눈에 띄는 점은 9년 계약 중 마지막 3년은 구단이 선택권을 갖도록 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롱고리아가 6년이 지난 뒤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엔 그냥 내보내면 된다. 반면 그 때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냥 데리고 있으면 된다.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들어놓음으로써 위험 부담을 최소화한 것이다.
이런 투자를 할 때 중요한 것은 ‘가치가 있는 상품’을 알아내는 안목이다. 그 부분에서 탬파베이는 어느 팀도 따라오기 힘든 탁월한 분석력을 자랑한다. 현재 탬파베이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데이터베이스는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을 결정하고 난 뒤에라도 나중에 다시 세밀하게 분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굉장히 많은 기록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그 기록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일의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기 위해 그 기록을 살펴보고 계속 가다듬을 겁니다. 아마 그 일은 계속하게 되겠지요. 적당한 지점에서 만족하면서 요점만 간단히 정리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만약 그 일을 그만둔다면 우리는 모든 일들이 굉장히 잘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 자동차 내비게이션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 중에서)

그들은 이런 분석력을 바탕으로 진흙 속의 진주들을 발굴해낸다. 그리고 최정점에 달한 선수들을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팔아넘긴다. 대표적인 것이 한 때 탬파베이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스캇 캐즈미어를 LA 에인절스에 트레이드한 사건이다. 프리드먼 단장은 2009년 부상에서 복귀한 뒤 예전 실력을 보여주던 캐즈미어를 갑자기 트레이드했다. 그것도 페넌트레이스 막판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팔아 넘겼다. 당시 이 사건을 놓고 지역 언론들은 엄청난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자체 분석 결과 캐즈미어의 회복세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다. 현재 가치에 연연하다가 더 큰 것을 놓치기보다는 미래 가치를 위해 과감하게 트레이드하는 쪽을 택했다. 팀을 옮긴 캐즈미어는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채 2년 뒤인 2011년에 쓸쓸하게 은퇴했다. 탬파베이의 분석적 사고와 과감한 판단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분석적 사고를 중시하는 탬파베이의 운영 방식은 때론 선수들의 숨어 있는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탬파베이 불펜의 핵심 선수 중 한 명인 왼손 투수 J. P 하웰이다. 하웰은 한 때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하웰의 긍정적인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뛰어난 탈삼진 능력과 오른쪽 타자를 꽁꽁 묶어버린 능력에 주목한 것이다. 이런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발투수였던 하웰을 불펜 핵심 요원으로 변신시켰다. 덕분에 하웰은 2008년 리그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야구든 비즈니스든 환경을 바꾸는 것이 사람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를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강소전략’ 진수를 보여준 탬파베이 레이스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버티고 있는 메이저리그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는 각종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탬파베이 같은 가난한 구단이 쉽게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비유하자면,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삼성이나 SK 같은 대기업들과 직접 맞붙어서 대등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탬파베이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일궈낸 성과가 결코 만만한 게 아니란 사실에 쉽게 동의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 본 것처럼 탬파베이의 기적은 기업 문화 혁신에서 시작됐다. 질책보다는 격려를, 비난보다는 칭찬을 앞세웠던 경영진들의 마인드 변화가 변화의 불을 지피는 부싯돌 역할을 했다. 최고경영자와 현장 지도자의 뛰어난 팀워크, 작은 승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 전략을 갖고 팀을 운영한 인내심 등은 이런 변화에 속도를 더해줬다. 분명한 인재관과 탁월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한 인력 충원 방식은 현재 뿐 아니라 미래에도 여전히 강팀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눈에 두드러지는 부분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내실을 다졌던 경영진의 접근 방식은 어떤 위기 상황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 탈바꿈하는 토대가 됐다.
조나 케리가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 모든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사소해 보이는’ 2%의 혁신이었다. 탬파베이의 변화를 이끈 2%는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이 경영자들이 알고 있는 평범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 자그마한 2%는 50대 50으로 팽팽한 상황을 52대 48로 바꿔 주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탬파베이의 남다른 성공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그 부분이다. 특히 한정된 자원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중소기업들에겐 탬파베이의 성공 전략이 결코 작지 않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게 우리가 탬파베이의 혁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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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이(가) Culture에 5월 14, 2014에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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