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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혁신 보고서와 홈페이지의 죽음


쿼츠란 경제 전문 미디어 사이트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등 유력 매체 기자들이 만든 매체로 요즘 제법 잘 나간다. 그런데 쿼츠는 언뜻 보면 명성과는 영 딴판이다. 꼭 개인 블로그 사이트처럼 생겼다. 우리가 알고 있는 뉴스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홈페이지가 없단 얘기다.

신생 매체가 왜 이렇게 사이트를 ‘성의 없이’ 만들었을까? 아니, 질문을 바꾸자. 저 사람들 귀찮아서 저렇게 만든 걸까?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기사 하나 살펴보자. 쿼츠에 실린 기사다. 홈페이지가 죽고, 소셜 웹이 승리했다. 심지어 뉴욕타임스조차.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지난 주 올라온 이 기사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의 한 대목을 다루고 있다. (당시엔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전문은 공개되기 전이었다. 버즈피드에 올라와 있는 요약본만 갖고 쓴 기사다.)

쿼츠 기사가 다루고 있는 것은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에 있는 아래 표다. 홈페이지 방문자 추이와 페이지 뷰 변화 추이를 보여주는 표다.

뉴욕타임스의 홈페이지 방문자 수 변화 추이(위쪽)와 페이지 뷰 변화 추이(아래).

뉴욕타임스의 홈페이지 방문자 수 변화 추이(위쪽)와 페이지 뷰 변화 추이(아래).

표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뉴욕타임스 홈 페이지 방문자가 최근 2년 사이에 8천만 명이 줄었다는 내용이다. 정점일 때 홈페이지 방문자가 1억6천만 명 수준. 딱 2년 만에 홈 페이지 방문자가 반토막이 났단 얘기다. 그렇다면 2년 사이에 뉴욕타임스의 트래픽이 절반으로 준 걸까? 또 다른 그래프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 등락이 있긴 하지만 큰 변화는 없다.

Traffic to the home page has been declining, month after month, for years. Traffic to section fronts is negligible. Traffic on our mobile apps, which are mostly downstream replicas of our home page and section fronts, has declined, as well.

뉴욕타임스 보고서에 나오는 부분이다. 홈페이지 뿐 아니라 섹션 메인 페이지 트래픽도 줄었다. (홈페이지와 섹션 메인을 모방한) 모바일 앱 트래픽도 역시 줄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뉴욕타임스는 이 변화를 ‘뉴스 유통 구조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쿼츠의 해석이 더 재미 있다. 쿼츠는 홈 페이지나 뉴스 메인 페이지를 전형적인 풀 미디어(Pull media)로 간주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찾아오는 독자들에 주로 의존하는 미디어란 의미다. ‘홈페이지 트래픽 감소’란 뉴욕타임스 보고서의 진짜 의미는 바로 ‘풀 미디어가 푸시 미디어에 밀리는 것’이라는 게 쿼츠의 분석이다.

이젠 독자가 정보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정보가 독자를 찾아가는 시대가 됐다는 것. 그러니 뉴스 미디어들도 앉아서 기다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독자를 찾아나서야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얘기 나도 여러번 했는데…. 아무도 안 알아주더라. 쳇.)

최근 독자들의 뉴스 구독 형태 변화를 보여주는 도표.

최근 독자들의 뉴스 구독 형태 변화를 보여주는 도표.

이런 매력적인 분석에 애틀랜틱이 빠질 리 없다. 역시 홈페이지의 죽음이 뉴스의 미래에 대해 던지는 의미란 흥미진진한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역시 뉴스 사이트들이 홈페이지란 소방 호스를 잃은 대신 소셜 미디어 홍수를 얻었다는 게 기본 골자. 그리고 소셜 미디어 홍수가 가능했던 건 청중분석 소프트웨어( audience analytics software) 덕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목부터 애틀랜틱의 분석력이 돋보인다. 애틀랜틱은 소셜 미디어 홍수와 청중분석 소프트웨어 ‘쌍둥이’는 크게 두 가지 변화를 몰고 왔다고 주장한다. 그 부분은 그대로 옮겨보자.

the social flood and the age of analytics—will (a) make the news more about readers; and (b) make news organizations more like each other.

소셜 미디어의 도래와 함께 뉴스가 좀 더 독자지향적으로 바뀐다는 건 사실 새로운 얘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설명하는 애틀랜틱의 설명이 재미 있다. 역시 그대로 옮겨보자.

Because homepages reflect the values of institutions, and Facebook and Twitter reflect the interest of individual readers.

홈페이지는 조직의 가치를 반영하는 반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는 개별 독자의 관심을 반영한다는 의미다. 뉴스 조직들이 서로 서로 닮아간다는 두 번째 설명은 덧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주변에서 워낙 많이 보는 현상이니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뭘까

자, 홈페이지가 죽었다는 뉴욕타임스의 진단. 그 현상에서 소셜 미디어 도래와 독자 지향적인 뉴스로의 변화를 거론하는 애틀랜틱의 분석.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뭘까?

국내 상황을 한번 따져보자. 국내 인터넷 언론의 홈페이지는 훨씬 더 오래 전에 죽었다. 그것도 소셜 미디어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도 전에 이미 죽었다. 바로 포털 때문이다. 잘은 모르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뉴스를 찾아들어가는 비율이 현저하게 낮을 것이다. 그 얘긴, 뉴스 소비가 공급자가 원하는 것과는 무관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린 여전히 홈페이지, 애틀랜틱의 표현을 빌자면 조직의 가치를 구현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여전히 독자들이 기사를 보는 뷰페이지 보다는 공급자인 언론사들이 뉴스를 진열하는 홈페이지를 예쁘게 꾸미는 데 더 공을 들이고 있다는 애기다. 대다수 독자들이 뉴스를 볼 때 더 이상 거치지도 않은 곳을 청소하느라 진을 다 빼고 있다는 얘기다.

꼭 이 부분 때문만은 아니지만,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는 ‘패키지 전략’을 강조한다. 우리로 치면 관련기사 같은 것들을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좀 더 끌 수 있는 방법 말이다. 난 여기에 덧붙여 최종 기사 페이지 쪽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홈 페이지 예쁘게 꾸미는 공력을 독자들이 직접 보는 페이지 꾸미는 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언론사들은 뉴스를 진열해놓고 독자들이 자신들의 진열 순서에 따라 보길 기다리지 말고, 그들의 눈을 끌 수 있는 뉴스를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패키지 전략이라고 표현하든, 아니면 다른 어떤 전략이라고 표현하든 상관없다. 어쨌든 이제 디지털 뉴스 시장은 조직의 가치보다는 독자의 관심에 따라 움직이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몰락이란 뉴욕타임스의 진단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혹은 실천해야 할 가치는 바로 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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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혁신 보고서와 홈페이지의 죽음”에 대한 7개의 댓글

  1. 궁금
    5월 23, 2014

    글 잘보았습니다. 좋은 정보 제공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뉴욕타임즈의 홈페이지의 접속수 변화가 기사를 유료화하면서 한달에 10건인가요? 미만으로만 기사를 볼수 있게 한 효과때문인지에 대한 고려는 안하고 있나요?

    • hypertext30
      5월 23, 2014

      네. 분명 유료화도 영향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부분은 제가 알기론 아주 많이 잡아야 20% 선을 넙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유료화하면서 한 달에 10건( 초기엔 20건)까지만 공짜로 보도록 한 부분이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얘기냐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한 달에 10번 이상 특정 사이트를 잘 찾지 않습니다. (이건 미국 연구 기관들의 수용자 조사 결과입니다.) 그러니 뉴욕타임스의 유료화 전략은 엄밀히 얘기하면, 가끔 찾는 뜨네기 독자는 큰 영향이 없습니다. 결국 충성 독자들의 지갑을 연 정책인 셈인데요….. 유료화 초기 조사 결과로는 생각만큼 트래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진 않았던 걸로 나왔습니다.

  2. 김한용
    5월 23, 2014

    표가 이상하네요. 160/140/…80/80 이렇게 돼 있고.
    홈페이지보다 페이지뷰가 무조건 높아야 하는데, 1/10 수준이라니. 신뢰가 뚝 떨어지는데요?

    • hypertext30
      5월 23, 2014

      ㅎㅎㅎ. 그러네요. 그 부분은 제가 나중에 뉴욕타임스 보고서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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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5월 22, 2014에 님이 Media에 게시하였으며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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