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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뉴스, 혹은 지혜의 저널리즘을 위하여


뉴스의 미래는 비교적 안전하다. 진짜 암울해 보이는 것은 저널리즘의 미래다.

‘뉴스의 역사’에서 저널리즘의 과거를 훑었던 미셸 스티븐스가 이번엔 눈을 미래로 돌렸다. ‘비욘드 뉴스: 저널리즘의 미래(Beyond News: The Future of Journalism)’란 중량감 있는 저술이 그 결과물이다. 서평을 하기 전에 결론부터 얘기하자. 읽는 내내 스티븐스의 관점에 많이 공감했다. 특히 ‘지혜의 저널리즘(Wisdom Journalism)’이란 그의 ‘신조어’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수 있었다.

지혜의 시대를 위하여?

어떤 주장을 하려면 먼저 ‘시대 인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미 ‘뉴스의 역사’를 통해 저널리즘의 과거를 샅샅히 훑었던 스티븐스에겐 오히려 이 작업은 수월해 보인다.

그는 웹이 저널리즘의 기본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면서 저널리스트들의 역할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젠 쉴새 없이 쏟아지는 ‘팩트만 따라다녀선 안 된다는 것. 스티븐스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전해주는 기자가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들에 대해 현명한 인식을 제공해줄 능력이 있는 개인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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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의 전작인 ‘뉴스의 역사’를 읽어본 사람은 이쯤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건에 대한 맥락과 현명한 인식을 제공해주는 건 초기 뉴스 전달자들이 잘 감당했던 소명이었다. 웹이 등장하면서 바로 그 소명의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됐다는 게 스티븐스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런 역할을 ‘지혜의 저널리즘(Wisdom journalism)’이라 부르고 있다. 결국 지혜의 저널리즘이란 세계를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을 한층 강화해줄 수 있는 저널리즘을 의미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러자면 표면적인 사실(fact)을 전해주는 이상의 역할을 감당해야만 한다.

대체 지혜의 저널리즘이란 뭘까?

전통 저널리즘에 대한 스티븐스의 비판은 매섭다. 특히 사실 보도에 집착하는(fact-hungry) 언론에 대해 가차 없는 비판의 칼날을 휘두른다. 예를 들어보자. 스티븐스는 ‘전통적인 사명감에 불타는 기자들’은 워터게이트 특종 같은 성과를 이뤄낼 수도 있지만, 교묘한 언론 플레이의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1950년대 매카시 선풍 당시 많은 신문들이 조셉 매카시 의원 발언을 그대로 전달해주면서, 사실상 ‘빨갱이 사냥’ 도구 노릇을 했다고 스티븐스는 비판한다. ‘He said/ she said 저널리즘’의 페해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많이 봐 왔다. 그러니 구태여 여기서 더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좀 더 적나라한 지적도 했다. 스티븐스는 최근 몇 10년 동안 미국 저널리즘이 실패한 건 ‘관점의 실패(failures of perspective)’ 때문이었다고 비판했다. 팩트 쫓아다니기에 바쁜(fact-chasing) 기자들이 ‘전망’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 저널리스트들의 보도 방식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기자들은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이끌어낸 인용에 지나치게 많은 무게를 부여한다는 것. 이렇게 얻어낸 ‘멘트’를 군데 군데 잘라서 기사를 쓰다보니 윤색되거나, 의미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 스티븐스는 이럴 바에야 아예 그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는 사람을 고용해, 그들로 하여금 관점 있는 기사를 쓰도록 하는 게 낫다고 주장한다. 물론 기자들을 승진시킬 때도 그런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6하 원칙에 대해서도 한 마디. 예전과 달리 이젠 인터넷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젠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같은 요소는 갈수록 중요성이 떨이지고 있다. 대신 ‘왜(why)’란 질문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지혜의 저널리즘은 바로 이 부분을 파고 들어야 한다.

왜 그럴까? 독자들 역시 단순한 팩트보다는 분석, 의미, 맥락, 주장 같은 것들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제 독자들은 기자들에게 표면으로 드러난 사실 이면에 숨어 있는 의미나 맥락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티븐스는 이런 가치에다 ‘참신한 아이디어(smart ideas)’와 통찰(insight)을 곁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독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채용-승진 기준부터 달라져야 

단순히 팩트를 수집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통찰(insight)를 제공하는 데 언론의 기본 임무로 삼을 경우엔 전통적인 채용과 승진 방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 필요로 하는 인재상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스티븐스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자.

이젠 전문가 취재원에 의존하는 ‘팩트 지향 제너럴리스트(fact-oriented generalists) 대신 전문가 취재원 만큼 아는 ‘아이디어 지향 전문가(idea-oriented specialists)를 채용해야 한다.

‘아이디어 지향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기사를 독자들이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실제로 우리나라 디지털 뉴스 시장을 보면 이런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건 아닌 듯하다. 포털 같은 뉴스 플랫폼에선 ‘말초적/선정적인’ 기사들이기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스티븐스는 ‘낙관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독자들 역시 ‘관점 있고’ ‘통찰력 있는’ 콘텐츠라면 다소 복잡하더라도 기꺼이 읽을 것이란 얘기다. 그 근거로 그는 다른 미디어들을 사례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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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텔레비전, 심지어 비디오 게임조차도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최근 인기를 끄는 게임들은 익숙해지려면 꽤 성가실 정도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런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독자들이 ‘멋진 미디어’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스는 이런 주장을 토대로 “저널리즘이라고해서 다른 미디어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잘라 말한다.

최근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해 암울한 얘기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에선 암울함의 정도가 좀 더 짙어보인다. ‘퀄리티 저널리즘’이 설 자리도 넓어 보이지 않는다. 뉴스 고로케 같은 저널리즘 풍자 사이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정도다. 여기에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언론의 난맥상 역시 만만치 않다.

과연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는 걸까? 스티븐스는 ‘지혜의 저널리즘’이란 다소 교과서적인 해답을 들고 나왔다. 통찰과 관점이 있는 뉴스. 객관보도란 외피를 벗어던지고 좀 더 과감하게 현실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뉴스. 이런 뉴스로 승부하자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진단이 다소 현실감 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할 땐 근본에서 되짚어 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스티븐스가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한 ‘지혜의 저널리즘’은 이 땅을 살아가는 많은 기자, 언론학자들에게도 한번쯤 곱씹을 만한 진리를 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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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뉴스, 혹은 지혜의 저널리즘을 위하여”에 대한 2개의 댓글

  1. Sangbum Kim
    5월 27, 2014

    공부할 게 많네요.!!! 애독자 하겠습니다. 계속 부탁합니다. ^^

    • hypertext30
      5월 27, 2014

      어이쿠. 반갑슴다. 자주 들러주세요. 공감하는 내용은 많이 좀 퍼날라주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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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5월 26, 2014에 님이 Culture, Media에 게시하였으며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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