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er/Text

테크와 미디어, 그리고 컬처 관련 고품격 콘텐츠

NYT 보고서의 교훈…”혁신? 주변 정리부터 먼저 해라”


하루 종일 뒹굴거리면서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를 다 읽었다. 여러분들이 워낙 잘들 정리했기 때문에 내가 굳이 여기서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눈에 띄는 몇몇 글을 링크하는 것으로 자세한 내용 얘기는 대신하려고 한다. (추천 글 모음에는 여러 글들이 링크돼 있다. 그 글들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보고서는 읽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법이 다 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론, 기자들보다는 언론사 개발자들이 이번 보고서에 더 많이 공감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봤다. 현재 뉴욕타임스의 뛰어난 개발 인력들이 일상적인 유지 보수 업무 하느라 시간 다 보내고 있다는 지적. 굳이 비유하자면 “멋진 피처 기사 쓰겠다고 입사한 기자들이 통신사 기사 리라이팅하고 있는 격”이란 비판은 꽤 강도가 세어 보였다.

일회성 프로젝트에서 반복 가능한 플랫폼으로

난 이번 보고서를 좀 다른 관점으로 읽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일회성 프로젝트(One-off project)보다는 반복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replicable platform)이 필요하다는 처절한 절규로 읽었다. 그러면서 관심을 가진 게 보고서 85쪽에서 86쪽에 걸쳐 나오는 ‘스토리 소유하기(Owning the story)’란 부분이다.

연구팀은 뉴욕타임스의 일상적인 온라인 보도가 경쟁자들에게 얼마나 뒤쳐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대학 풋볼 스타인 마이클 샘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털어놓은 기사다. 샘은 이 사실을 뉴욕타임스와 ESPN 기자에게 고백했다. 아래 링크한 게 문제의 그 기사다.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시라. 대학 풋볼 인기 스타가 동성애자라고 고백했다면 어떤 기획을 하고, 어떤 기사를 쓸 지를. 뉴욕타임스는 위에 링크한 기사를 썼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뒤 칼럼도 썼다. ‘스노폴 프로젝트’를 수행한 팀들이라면, 나중에 멋진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사를 덧붙였을 지도 모르겠다. (보고서에선 스노폴 같은 프로젝트를 One-off라고 표현하고 있다.)

자, 그렇다면 일상적인 관점에선 어떤 보도가 가능할까? 연구팀은 저 정도 건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기사가 필요했다고 지적한다.

1. 오피니언 섹션에 독자 대화방 마련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획이다. 관련 사실을 공지한 뒤 토론방을 만들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 전문 매체들은 이런 것 참 잘한다. 그런데 뉴욕타임스는 다음 날 달랑 칼럼 하나 게재하고 끝냈다고 한다. 일상적인 상호작용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탓이다.

스크린샷 2014-05-31 오후 8.42.02

2. 2011년 게재한 ‘커밍 아웃’ 기획 시리즈 연결 

뉴욕타임스는 2011년에 게이 커뮤니티를 취재한 방대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 적 있다. 마이클 샘 같은 사례가 발생할 경우엔 그 기획 기사를 다시 끄집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샘이 커밍 아웃했을 때 어느 누구도 ‘커밍 아웃’ 시리즈를 연결할 생각을 못했다.

스크린샷 2014-05-31 오후 8.42.16

3. 구글 플러스 행아웃 이용해 커밍 아웃한 다른 게이들과 대담 

마이클 샘이 커밍 아웃한 이후 여러 게이들이 TV에 출연했다. 또 샘과 친분을 얘기하는 동영상도 많이 나돌았다. 뉴욕타임스 편집진이 온라인 편집에 대해 좀 더 전향적으로 접근했다면 구글 행아웃을 이용해 동영상 대담을 해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스크린샷 2014-05-31 오후 8.42.29

4. 취재 기자가 트위터 반응 취합 보도 

이런 사건이 터지면 트위터에 올라온 생생한 반응들을 기사화한다. 실제로 많은 사이트들이 이런 시도를 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는 자신들의 특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NFL 간부들의 반응을 취재해 기사화했다.

스크린샷 2014-05-31 오후 8.42.37

5. 취재 뒷 얘기 소개

독자들은 뉴스에도 관심이 많지만, 어떤 경로로 취재하게 됐는지, 또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했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 한다. 기자가 이런 부분을 잘 소개해주면 많은 반응을 모을 수 있다. 실제로 SB네이션은 취재 뒷 얘기를 소개하는 기사에 ‘단독(exclusive)’이란 표시를 해서 출고했다. SB네이션 기사는 트위터와 구글 나우를 지배할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다.

스크린샷 2014-05-31 오후 8.42.42

중요한 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 플랫폼 개선 

보고서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 봤다. 뉴욕타임스가 ‘스노우폴’ 등으로 디지털 혁신 매체로 평가받을 때, 내부 기자들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란 생각. 휘황찬란한 기획은 못 하지만 일상 보도에서 훨씬 선진적인 기사를 선보이는 많은 매체들을 보면서 또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최근 워싱턴포스트 스타 칼럼니스트인 에즈라 클라인은 복스 미디어에 합류했다. 클라인이 워싱턴포스트란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복스미디어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그는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연구팀과 인터뷰에서 “뛰어난 CMS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참고로 복스미디어는 TheVerge 모회사다. 더버지를 만든 토폴스키 등이 복스미디어에 합류한 것 역시 CMS 때문이었다. 이런 게 바로 진짜 혁신이다. 토폴스키가 엔가젯을 떠나 더버지 만드는 얘기는 내가 예전에 썼던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라.

자, 글을 맺자.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뭘까?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를테지만, 난 “일회성 프로젝트의 화려함 대신 일상적인 개선에 힘쓰자”는 말로 요약했다. 그리고 난 국내 언론사들이 이번 보고서에서 받아들일 최고 교훈, 혹은 해답도 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번에도 썼지만, 잔치 음식 한 끼 잘 차리는 데 공력 쏟아봐야 배 불리는 데 별 도움 안 된다. 당장 눈에 띄진 않지만, 일상 속에서 조금씩 개선하는 게 진정한 혁신이다….. 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정보

이 엔트리는 5월 31, 2014에 님이 Media, Tech에 게시하였으며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