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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저널리즘 강호의 고수들을 해부하다 (1)


때는 2005년. 스코틀랜드 에버딘의 어느 한적한 집. 참 잘 생긴 청년이 한 명 살고 있었다. ‘잘 생겼다, 잘 생겼다’는 노래를 불러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청년. 전지현이 봤더라면 이정재 대신 ‘LTEA 광고 파트너’로 삼고팠을 정도의 외모를 지닌 인물. ‘블로고스피어의 브래드 피트’로 통하던 피터 캐시모어란 청년이었다.

그 무렵 무림의 고수들 사이에선 ‘웹 2.0’이란 정체불명의 무술이 유행하고 있었다. ‘웹 2.0’은 사술이란 의심을 살짝 받기도 했지만, 무림고수들은 반드시 익혀야 하는 비법으로 통했다.

19세 청년 캐시모어는 대학 진학엔 도우지 관심이 없었다. 그는 당시  IT 시장의 핫이슈였던 웹2.0 현상에 주목했다. 이와 더불어 소셜 미디어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 지 관심을 갖고 관련 글들을 자기 블로그에 집중적으로 올렸다. 블로그 명칭도 웹 2.0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매시업(mash up)’을 본따 매셔블(Mashable)’이라고 불렀다. 그 뒤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매셔블은 이제 강소 IT언론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다.

한 해 뒤인 2006년. 무림엔 또 다른 강자가 등장했다. 깊이 있는 IT 기사로 유명한 기가옴과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 출신인 맷 마샬이 만든 벤처비트가 모습을 드러낸 것. IT붐이 한창일 때 잘 나가는 애널리스트였던(그래서 IT 붐 조장의 주범이란 비판을 들었던) 헨리 블로짓이 운영하는 비즈니스인사이더가 탄생한 것도 이무렵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차별화된 보도(와 미국 매체답지 않은 낚시질)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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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 시대 방불케 하는 미국 IT지형도

잘 생긴 청년 피터 캐시모어가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지 6년 뒤인 2011년 4월3일. 뉴욕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IT 전문 매체 엔가젯의 저널리스트 8명이 무더기로 회사를 떠났다고 보도한 것. 이들은 엔가젯이 AOL에 인수된 뒤 편집권 문제를 놓고 회사 측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터였다.

그로부터 7개월 뒤인 2011년 11월 ‘더버지(The Verge)’란 사이트가 새롭게 출범했다. 더버지는 출범한 지 3개월 여 만에 월간 순방문자 수 650만 명을 돌파하면서 IT 저널리즘 현장의 ‘떠오르는 샛별’로 부상했다. 더버지는 이후 아이폰5나 갤럭시S4 같은 주요 제품 발표 때마다 한 발 빠른 기사를 순식간에 쏟아내면서 IT 시장의 여론을 주도했다.

더버지를 만든 조수아 토폴스키는 엔가젯 시절부터 뛰어난 뉴스 감각으로 정평이 있던 인물. 월터 모스버그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몸을 의탁할 ‘주군'(드라마 정도전에서 정도전이 이성계를 부를 때 쓰던 바로 그 용어)을 찾아 헤맸다.

부하 몇 명 거느리고 적진을 호령하던 조자룡을 연상케하는 모습. 그는 고민 끝에 복스미디어에 몸을 의탁했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에서 누차 거론된 바로 그 복스미디어다.) 토폴스키가 수 많은 주군 후보를 제치고 복스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탁월한 신무기 때문이었다. 바로 CMS란 신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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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정확하게 2년 6개월 뒤. 이번엔 동방의 뛰어난 장수(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이 ‘워싱턴포스트 제국’과 결별했다. 안정된 제국보다는 자신의 꿈을 펼칠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키워가던 클라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역시 복스미디어였다. 그 역시 복스미디어가 갖고 있는 보검, 즉 CMS가 탐이 났다. 그 정도 보검만 손에 쥘 수 있다면 충분히 중원의 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출신인 케빈 딜라니도 안정된 왕국을 박차고 나왔다. 2012년 쿼츠(Quartz)란 경제-IT 전문뉴스 사이트를 만든 것. 쿼츠 역시 단기간에 강자로 부상하면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개척했다. (NYT 혁신 보고서에선 쿼츠의 독특한 콘텐츠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해 말. IT 저널리즘 무림의 절대 고수로 통하던 월터 모스버그가 월스트리트저널과 결별할 것이란 소문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그리고 얼마 뒤. 둘은 관계를 청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올 해 초. 월터 모스버그는 NBC 유니비셜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리/코드란 새로운 뉴스 사이트를 개설했다.

종이시대 절대 왕국에서 들려오는 위기의 목소리 

펜과 종이시대 중원을 평정한 뉴욕타임스 왕국. 영원할 것만 같던 그 왕국에도 자그마한 소동이 벌어졌다. 여성 맹장이던 질 에이브럼슨이 실각한 것. 게다가 소문으로만 떠돌던 ‘비밀문서’가 유출되는 또 다른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그 내용이 놀라웠다. 평온한 제국. 해가 지지 않는 제국, 그러면서도 늘 변화를 추구했던 제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난 때문이다.

더 충격적인 건, 인재들이 복스 같은 신흥 강국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진단. 병력만은 최고라고 자부했던 뉴욕타임스 왕국이 신흥제국의 보검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극비 사실’까지 담겨 있었다. 버즈피드, 더버지, 쿼츠 뿐 아니라 장안의 고수들을 하나 둘 흡수하고 있는 복스미디어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쯤되면 무협지 스토리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지금 미국 언론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혼란을 겪고 있다. 전통 왕국들이 흔들리는 와중에 새로운 영웅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때 변방의 자그마한 소왕국인줄 알았던 지방 토호들도 무서운 기세로 내공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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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미국 언론계 전체의 다이나믹한 변화까지 담아낼 내공은 없다. 그래서 IT 쪽으로 초점을 맞추려 한다. 햄버그와 차고로 상징되는 실리콘밸리 신화에 버금가는 벤처 언론들의 명멸하는 역사를 한번 담아내려고 한다.

미국 IT 언론 이야기는 한 편의 무협지다. 잠깐만 한 눈을 팔면 이내 새로운 영웅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깊은 산속에서 홀로 무공을 익힌 뒤 마침내 무림 고수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재야 무사들을 연상케할 정도. 이제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대형 미디어들은 더 이상 IT 영역에선 여론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신흥 왕국들이 워낙 탄탄한 실력들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다음 편부턴 본론으로 들어가려한다. 그 첫 편으로 누굴 들여다볼까? 이제 갓 서른의 문턱에 다다른 잘 생긴 청년 피터 캐시모어? 아니면 ‘복스의 보검’을 손에 넣은 뒤 더버지 왕국을 세운 IT 저널리즘 강호의 고수 토폴스키? 그도 아니면 ‘스타워즈’ 영화의 제다이 같은 현자 월터 모스버그?

자, 누구부터 먼저 시작할 지는 순전히 내 맘이다. 앞으로 내 맘대로 연재해나갈 [무협실록-IT 저널리즘]을 기대하시라.

I’ll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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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저널리즘 강호의 고수들을 해부하다 (1)”에 대한 1개의 댓글

  1. 사과벌레
    6월 6, 2014

    너무 기대되는 연재입니다 그동안 나름 추정하고 조각조각 퍼즐을 맞춰가던 미국의 매체 지형을 이렇게 정사?로 접할 수 있게 되어 기대가 큽니다 마치 장르별 록밴드 연보를 파헤치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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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6월 2, 2014에 님이 Media, Tech에 게시하였으며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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