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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와 미디어, 그리고 컬처 관련 고품격 콘텐츠

음반시장 몰락에서 배우는 미디어 산업의 미래


한국 음반업계는 1990년대에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신승훈, 서태지와아이들, 조성모, 김건모 등 밀리언 셀러급 뮤지션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지난 2000년 한국 음반 시장은 4천억원 규모를 돌파하면서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그 때를 기점으로 국내 음반 시장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판매량 100만 장은 넘어야 초대형 히트음반이란 소리를 듣던 것은 이젠 아련한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전설일 뿐이다. 10만장만 팔아도 성공작이란 푸념 섞인 넋두리가 나오고 있다. (아래 링크한 기사 첫 부분을 그대로 옮겨왔어요. 참고로 저 기사는, 후배들과 함께 제가 대표집필했던 겁니다.)

2000년대 초반 음반업계는 시장 몰락 원인을 ‘불법복제 탓’으로 돌렸다. 냅스터를 비롯한 수 많은 P2P업체들이 소송을 당했다. ‘한국판 냅스터’로 통했던 소리바다도 소송 공세로 몰락했다. 음반업계는 막강한 로비력을 앞세워 P2P 업체들을 쫓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미국에선 로렌스 레식 같은 뛰어난 법률가들이 냅스터 변호인단으로 활약했지만 기득권 세력의 공세를 막는 덴 실패했다.

하지만 그들은 음반시장을 강타한 새로운 패러다임까지 막아내는 덴 실패했다. 냅스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던 2000년대 초반, 애플이 아이탓과 아이튠스로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바로 곡당 판매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판매 방식. 바로 그 부분에 비밀의 핵심이 놓여 있었다.

음반시장

선수 끼워팔기와 패키지 판매 

여기서 잠시 옛 기억을 한번 떠올랴보자. 난 어린 시절 야구 선수 스카우트 분쟁 볼 때마다 의아한 생각을 갖곤 했다. 선수는 A대학을 가고 싶어하는데, 굳이 감독이 B대학을 고집해서 문제가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가고 싶은 대학 가는 걸 왜 말리는거지? 운동 선수는 감독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하는 허수아비인가?”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야 알게 됐다. 이런 경우 대부분 B대학은 스타 한 명 보내주면 동료 선수도 몇 명 함께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했기 십상이다. 감독 입장에선 스타급 선수에게 동료를 위해 조금만 희생하라고 강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금전적인 거래가 오간 경우는 논외로 하자.)

조금 황당하지 않은가? 그런데 의외로 우리 주변엔 이런 방식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전통적인 음반 판매였다. 한번 생각해보라. 음반 한 장 사면 실제로 좋아하는 노래가 몇 곡이나 있는지? 대부분은 한 두 곡 때문에 나머지 노래들도 함께 사게 된다.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다.

음반업계가 2000년대 들어 불황의 주타깃을 P2P 불법 복제에 돌린 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조치였다. (물론 결과론이다.) 그들은 저작권 침해 행위는 볼 줄 알았지만, 독자들의 기본 욕구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건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독자들은 이젠 음반업계가 편집해 준 패키지 상품이 지나치게 비쌀 뿐 아니라, 쓸데 없는 콘텐츠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 이 지점에서 잠시 옆 길로 빠져보자. 음반 시장이 나름대로 호황을 누리던 무렵 ‘길보드 차트’란 게 있었다. 영등포 역앞 같은 곳에서 리어카로 판매하던 음반을 일컫는 말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 곳에서 많이 불리는 곡들이 대중적인 인기곡의 척도였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혹시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는가? 음반업계를 전통 언론으로, 영등포역앞 ‘불법'(?) 음반 제작 판매상들을 소셜 미디어의 아젠다 세팅 기능으로. 살짝 통하지 않는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제발 동의 좀……..

홈페이지 가입자 감소와 패키지 상품의 종말

좀 지겹긴 하지만 뉴욕타임스 보고서 얘기 딱 한번만 더 하자. 뉴욕타임스는 ‘홈페이지 유입자 감소’ 얘기를 하고 있다. 사실, 이거 새로운 얘기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훨씬 전부터 홈페이지가 유명무실해졌다. 포털 때문이다. 뉴스캐스트가 있을 땐 뉴스캐스트 때문에 홈페이지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홈페이지 유입자 감소, 혹은 신문 1면 영향력 감소 현상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난 그 부분을 음반시장 몰락 직전과 비슷한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이젠 신문(으로 상징되는 언론상품)도 이젠 패키지로 구매하지 않으려한다는 것이다. 이제 기사도 건별 구매(혹은 구독) 욕구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더 자세한 얘기는 내가 1년전에 썼던 칼럼을 한번 읽어보시라. (공개 구애했다가 퇴짜 맞은 칼럼이다.)

홈페이지 유입자 감소를 학술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 아젠다 세팅 패러다임 변화쯤 되지 않을까? 아젠다 기능의 무게 중심이 상당부분 생산자에서 수용자 쪽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매체의 편집논리보다는 독자들의 입소문이 더 큰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시장 변화, 더 정확하게는 독자들의 욕구 변화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이젠 앉아서 독자들을 기다릴게 아니라 독자 속으로 뉴스를 던져넣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뉴스가 있는 곳으로 독자들이 찾아오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슬픈 현실. 이젠 독자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뉴스를 던져 넣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난 음반시장 패러다임 변화가 뉴스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그 콘텐츠를 구매하러 우리에게 올 것이란 생각. 그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그 현상을 ‘디지털 소매치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시장은 변했다. 독자들의 요구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기술 변화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독자들은 무의식 중에 깨닫기 시작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건별 소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업체들은 여전히 ‘패키지 판매’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고집을 이젠 버릴 때가 됐다. (어쩌면 지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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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6월 4, 2014에 님이 Media에 게시하였으며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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