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er/Text

테크와 미디어, 그리고 컬처 관련 고품격 콘텐츠

NYT 테크 담당 기자의 기사 쓰기


“뉴스는 세계를 향해 나 있는 창이다. 그 창을 틀로 해서 사람들은 자신들과 외국사람들에 대해, 또 다른 여러나라의 사회제도나 지도자, 그리고 생활양식 등에 대해 알게 된다. 도시화가 진전됨에 따라지금 시각은 10, 스미스부인이 딸을 낳았습니다등의 말을 외치며 마을을 돌아 다녔던 옛날의 소리꾼을 대신하여 이제는 뉴스가 우리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 알 필요가 있는 것, 그리고 알아야만 하는 것을 전달하게 되었다.”

게이 터크만의메이킹 뉴스‘ 는 저렇게 시작한다. 저 한 단락 속에는 뉴스의 탄생부터 진화, 그리고 뉴스의 성격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 오롯이 담겨있다. 처음 저 문장을 접했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1960년대말과 1970년대초 신문사와 방송사를 참여관찰한 게이 터크만은 이 책에서 현장 전문가들이 늘 반복하면서도 미처 깨닫지 못한 많은 부분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여기 또 한 권의 책이 있다. ‘메이킹뉴스란 제목 뒤에뉴욕타임스란 고유명사를 붙인 책. 니키우셔(Nikki Usher)의 최신작인메이킹뉴스 앳더 뉴욕타임스는 게이 테크만의  21세기 버전이다.

스크린샷 2014-05-13 오후 3.49.45

저자가 연구대상으로 뉴욕타임스를 택한 건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 뉴욕타임스는 저널리즘의 대표주자다
  •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전통가치의 충돌현상을 좀 더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다.

이 책 두 번째 장에는 사흘동안 뉴욕타임스 기자들을 밀착 취재한 내용이 나온다. 매일 매일 마감 스케줄에 맞춰 기사를 쓰는 기자와 상대적으로 마감에서 자유로운 피처기사 전문기자, 그리고 뉴욕타임스 온라인판의 Bits 블로그(참고로 비츠는 business, innovation, technology, society의 약자라고 한다)에서 온라인뉴스를 처리하는 테크블로거 등 세 명이 취재대상이다.

이중에서 특히 내 눈길을 끈 것은 세 번째 취재대상인 닉 빌턴(Nick Bilton) 기자다.  (참고로 닉 빌턴은 최근 ‘Hatching Twitter’란 책을 출간했으며, IT 쪽에선 나름 이름 있는 기자다.) 닉 빌턴이 일하는 방식엔 21세기 IT저널리스트의 단면과 함께, 뉴미디어와 전통가치의 충돌이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얼마나 제약하는지 잘 담겨 있다.

속보처리와 전통 저널리즘 가치의 충돌

일단 닉 빌턴이란 인물부터 한번 살펴보자. 빌턴은 뉴욕타임스에 디자이너로 입사한 뒤 아트 디렉터 역할까지 했다. 그 이후 테크 블로거로활동하면서 뉴욕타임스 R&D 연구소에도 몸담고 있다. R&D연구소는 소셜미디어 분석도구를 비롯해 뉴욕타임스의 미래를 책임질 다양한 개발활동을 진행하는 곳이다.

저자가 닉 빌턴을 관찰한 것은 2010 127. 때 마침 스티브 잡스가 맥월드행사에서 아이패드를 처음 공개하던 날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패드란 이름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잡스가차세대 혁신제품을 내놓을 것이란 소문은 오래 전부터 나돌고 있었다.

당연히 뉴욕타임스 테크기자들도 바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빌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이패드 발표행사를 뉴욕 사무실에서 실시간 문자중계(liveblog)를 했다. 또 다양한 속보와 간단한 분석기사도 처리하는 한편 R&D랩에 들러 트위터 키워드 분석작업도 독려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키워드를 트위터에서 분석한 뒤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날 빌턴이 일하는 방식 속엔 뉴욕타임스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연한 얘기지만, 혁신보고서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이런 지적을 할 수 있게 됐다. 그 전 같으면설마?”라고 했을 지도모른다.)

1. 데스킹 거쳐야 하는 실시간 문자중계 

스크린샷 2014-06-06 오후 12.58.10선 뉴욕타임스의 실시간 문자중계는엄밀히 말해 실시간이 아니었다. 빌턴이 올리면 데스크가 다시 데스크를 봐서 내보냈다. ‘정확성을 중요시 하는 뉴욕타임스의 편집정책 때문이었다. 사진도 함부로 실을 수 없었다. 현장에서보내온 고화질 사진을 써야 한다는 데스크의엄명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날 샌프란시스코 행사장의 무선인터넷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장기자가 제 때 사진을 전송해주지 못한 것. 결국 뉴욕타임스 라이브 블로그에는 텍스트만 잔뜩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2. 트위터 동향기사 놓고 벌인 공방  

이날 닉 빌턴은 트위터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수시로 R&D 팀에 새로운 키워드를전달했다. 스티브 잡스가 새 제품의 명칭은아이패드라고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키워드 분석을 부탁했다. 여기서 뉴제널레이션인 닉 빌턴은 전통뉴스 가치를 중시하는 데스크와 또 한 차례 대립한다.

트위터 여론을 취합한 기사를 쓰고 싶었지만, 데스크가 하지 말라고 명령한 것. 데스크는 트위터 여론은 기사화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다시 말해 뉴욕타임스의 전통적인 기준엔 미달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대신 데스크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에 주목할 것을 요구했다. (데스크의 이런 명령은, 2010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아주 이해 못할 부분은아니다.)

3. 제품평가 기사에 기자의견을 넣는 문제

이날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발표 행사장에 뉴욕타임스 디지털부문 사장인 마틴 니젠홀츠를 초대했다. 아이패드가 신문을 비롯한 콘텐츠를보기에 적합한 플랫폼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닉 빌턴은 이 대목에서 번쩍, 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곤 곧바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기자와 메신저로 기획을 했다. 아이패드가 킨들을 몰아낼 수 있을까, 란 주제로 둘이 기사를 쓰기로 한것.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생겼다. 데스크가기사에 기자 개인의 의견은 넣지 마라고 또 한번 제동을 걸고 나선 것. 이 부분 역시 뉴욕타임스의 보도윤리에 따른 조치였다.

4. 아이패드 명칭 공방 관련 기사 쓰는 문제

이날 아이패드 발표 행사에서는 제품 사양 못지않게 명칭 문제로 적잖은 얘기가 오갔다. ‘패드란 명칭 때문에 여성 생리용품을 연상케 한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제품 명칭을 공개하자마자 이런 반응들이 많이 올라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편집진은패드공방을 기사화 하지 못하도록 했다. 역시 전통적인 기사가치 판단 기준 때문이었다. 데스크들이아이패드=생리용품 연상‘  공방 기사 쓰는 걸 허용한 것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후 5시 무렵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비슷한 기사를 쓴 걸 본 뒤에 그 부분을 기사화하도록 했다.

닉 빌턴 사례 통해 본 2010년 뉴욕타임스 

저자는 이 책을 내놓은 뒤어디까지나 2010년 얘기라면서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어디까지나 4년전 뉴욕타임스 풍속도란 점을 전제로 깔고 접근해야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뉴욕타임스 편집진의 경직된 사고 방식이 눈길을 끈다. 닉 빌턴은 종이신문이 아니라 테크 블로그 담당 기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글 쓰는 걸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 무렵 엔가젯, 테크크런치, 매셔블을 비롯한 많은 매체들은 이미 트위터를 중요한취재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또 인터넷에 걸맞은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를 읽은 직후여서일까? 이 책에서 묘사되는 내용들이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최근 내 머리를 계속 때리고있는 해묵은 화두가 다시 고개를 든다. 헌집 고치기와 새 집 짓기. 과연 미디어 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어느 쪽일까? 란 화두. 최근 미국 전통매체의 유능한 기자들이 신생 매체로 이동하는 사례들이 늘고있는 것 역시 비슷한 고민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정보

이 엔트리는 6월 6, 2014에 님이 Media, Tech에 게시하였으며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