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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컴퓨터…튜링 테스트 통과 뒷 얘기


고색창연한 영화 ‘스타워즈’를 잠시 떠올려보자. 이 영화엔 C3PO와 R2D2란 로봇이 나온다. 사람들과 자유자재로 대화하는 귀여운 로봇. 때론 연주까지 할 수 있는, 그야 말로 사람과 별 차이 없는 로봇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은 인류가 과학기술에 관심을 기울여 온 이래 품속 깊숙이 간직했던 꿈이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그 꿈이 쉽게 실현되지 않았다. 그만큼 인공지능의 벽은 두텁고도 높았다.

여기 과학자가 한 명 있다. DOS가 탄생하기 45년 전에 이미 “컴퓨터의 핵심은 기계가 아니라 코드”라고 선언할 정도로 예지력이 뛰어났던 과학자였다. 게다가 이 과학자는 암호해독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를 완벽하게 풀어내면서 영국이 소속된 연합군의 승리에 보이지 않는 공헌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튜링이 인공지능 컴퓨터에 끼친 영향력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인간과 닮은 컴퓨터’의 척도로 만든 튜링테스트가 바로 그것이다. 1950년 고안된 튜링테스트는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고 있는 지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널리 사용됐다. 하지만 그 동안 이 테스트를 ‘공식적으로’ 통과한 슈퍼컴퓨터는 없었다.

64년 만에 튜링테스트 통과 

“안녕. 내 이름은 유진. 좋아하는 건 햄버거. 아빤 산부인과 의사야.”

유진 구스트만은 자신을 우크라이나 지역에 사는 13세 소년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시작된 5분 간의 대화.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상대방은 방금 자신들과 채팅을 한 것이 13세 소년이 맞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세 명 중 한 명은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유진 구스트만은 ‘우크라이나에 사는 13세 소년’이 아니라 컴퓨터였다. 대화 상대방으로 나선 컴퓨터 전문가 세 명 중 한 명은 유진의 정체에 깜짝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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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엔 별 것 아닌 것 같은 수치. 하지만 앨런 튜링이 64년 전 설정한 30%를 사상 최초로 넘어선 순간이었다. 튜링 테스트는 5분가 자유 대화를 한 뒤 대화 상대방의 30%가 컴퓨터인지 인간인지 구분을 하지 못할 경우 ‘인공지능 컴퓨터’로 인정하도록 돼 있었다. 지난 64년 동안 공식적으로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컴퓨터는 단 한 대도 없었다.

물론 유진 구스트만의 대화가 전부 ‘뻥’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01년 탄생해 13세가 맞다. ‘유진 구스트만’은 러시아 태생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베셀로프와 우크라이나 출신 유진 뎀첸코가 공동 개발했다.

이번 테스트는 지난 7일 런던 중앙에 위치한 왕립학회에서 열렸다. 레딩 테스트는 레딩대학 시스템공학부와 유럽연합(EU)의 재정 지원을 받는 로봇기술 법제 관련 기관인 ‘로보로’가 공동 주최했다.

그런데 6월 7일이란 날짜가 의미심장하다. 바로 테스트 고안자인 앨런 튜링의 60번째 기일이었던 것. 튜링은 지난 1954년 6월7일 영국 체셔 주 윔슬로우의 한 조용한 저택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당시 그의 나이 41세. 탁월한 천재 과학자에다 2차 대전의 숨은 영웅이었던 그는 그 무렵 ‘동성애 범죄자’란 오명 때문에 화학적 거세를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 힘겹게 살고 있었다.

앨런 튜링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뒤에도 영국 정부와 계속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9년 영국 정부가 튜링의 동성애에 대해 유죄 판결을 한 것을 공식 사과하면서 조금씩 화해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뒤 영국 상원이 튜링 복권을 위한 입법 작업에 착수했다. 결국 지난 해 12월24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공식적으로 튜링을 사면하면서 뛰어난 천재와의 화해를 마무리했다.

외신들의 반응은?

자,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다. 다시 튜링 테스트 얘기로 돌아가보자. 세계 컴퓨터 과학계는 뜻 깊은 성과를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고 있다. 너나할 것 없이 유진이의 쾌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번 테스트를 공동 주최한 레딩대학은 튜링 테스트 성공은 컴퓨터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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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일간지 가디언은 가상의 13세 소년이 사상 최초로 튜링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평범한 제목으로 이번 소식을 전하고 있다.

더버지 역시 비슷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더버지는 기사에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담았다. 특히 유진 구스트만이 지난 2012년 29%를 속이면서 아깝게 탈락했던 사실도 함께 전해줬다. 특히 더버지는 이번 테스트 통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 등에서 볼 수 있는 똑똑한 컴퓨터와는 거리가 멀다고 소개했다.

iO9이란 매체의 흥미로운 반론 

좀 상반된 의견을 제시한 매체도 있다. io9.com이란 매체다. 기존 보도를 뒤집는 흥미로운 지적이기에 소개해 본다. 이 매체가 지적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1. 유진 구스트만은 보도와 달리 슈퍼컴이 아니다. 아니 컴퓨터도 아니다. 그냥 채팅 로봇일 따름이다.
  2. 유진이 테스트를 통과한 건 제작자들의 ‘꼼수’도 한 몫 했다. 바로 13세 소년으로 가장했다는 점이다. 그 덕에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여도 심사위원들이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io9은 기술적으론 타당한 선택이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아주 인상적인 건 아니라고 평가했다.
  3. 유진은 인지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기계가 아니다. 다만 인간의 대화를 시뮬레이션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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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컴퓨터…튜링 테스트 통과 뒷 얘기”에 대한 1개의 댓글

  1. 핑백: 튜링 테스트, 통과인가 아닌가? | Spread Our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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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6월 9, 2014에 님이 Tech에 게시하였으며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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