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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집 고치기와 새집 짓기…저널리즘 혁신 해법은?


헌집을 사서 고치는 것과 아예 집을 새로 짓는 것. 어떤 것이 더 나을까? 얼치기 혁신론자인 나는 지난 해 제프 베조스와 피터 오미다르 같은 갑부들이 연이어 언론산업에 뛰어드는 걸 보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 있다. (얼치기 혁신론자란, 얼치기 맑시스트와 같은 어원을 갖는 말이다. 실천은 안 하고 입으로만 혁신을 외친다는 의미.) 그래서 이런 글을 쓴 적 있다.

1. 헌집 리모델링하고 있는 제프 베조스

먼저 헌집 고치기부터 한번 살펴보자. 리모델링 대가는 바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인 베조스는 지난 해 ‘단돈’ 2억5천만 달러로 ‘헌집’ 워싱턴포스트를 매입했다. 회사 돈이 아니라 개인 돈으로. 그것도 보유 자산의 딱 1% 만으로. 한 동안 잠잠하던 베조스는 올 들어 본격적으로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했다. 벤처비트 보도를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자.

베조스의 헌집 고치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모바일 시대에 맡게 현대화 하기’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베조스는 편집국에 IT 전문 엔지니어 25명을 배치했다. 모바일 기기에 걸맞은 콘텐츠를 좀 더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스크린샷 2014-06-11 오후 6.48.53

뉴욕에 소프트웨어 개발 랩을 설치한 부분도 눈에 띈다. 여기선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좀 더 수월하게 제작할 수 있는 툴들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특급 개발자들로 랩을 채우기 위해 채용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뒤에 베조스가 있기 때문에 꽤 괜찮은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 모양이다.

사이트와 모바일 앱도 대폭 정비했다. 웹 사이트는 로딩 속도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앱은 모바일 환경에 좀 더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런 작업을 위해 워싱턴포스트는 올 들어서만 50명 이상의 개발자를 채용했다고. 당연한 얘기지만 베조스가 주인이 된 이후 IT 예산이 대폭 늘었다.

이런 전략이 향하고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 ‘모바일 퍼스트/디지털 퍼스트’ 쪽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벤처비트 기사에 따르면 현재 워싱턴포스트 사이트 방문자 중 절반 이상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니 모바일 환경에 좀 더 최적화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그런 수치가 아니더라도 모바일 플랫폼이 뉴스 소비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종이신문은 어떻게 할까?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는 애물단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워싱턴포스트가 주자산일 때 얘기다. 이미 콘텐츠 왕국을 구성하고 있는 베조스에게 신문 콘텐츠는 꽤 활용도가 높을 수 있다. 패키지로 구성하기 딱 좋기 때문. 킨들과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어쨌든 매각 직전 비용 절감 때문에 바닥에 떨어졌던 기자들의 사기도 꽤 올라갔다고 한다. 뭔가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이 쯤 되면 베조스의 리모델링 작업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성공작이라고 평가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헌집 고치기엔 한 가지 맹점이 있다. 갑부가 아니면 쉽게 달려들기 힘들다는 점이 바로 그것. 그러니 대다수 헌집들은 속수무책….. 이라고 하려니 너무 비관적인 느낌은 있다.

2. 아예 새집 짓는 사람들

지난 해 처음 ‘헌집 고치기와 새집짓기’란 글을 쓸 때는 피터 오미다르를 주목했다. 이베이 창업자. 가디언 스타 기자인 글렌 그린왈드와 뉴욕대학 교수이자 시민 저널리즘 전문가인 제이 로젠 교수 등을 영입해 뭔가 일을 꾸미는 데 심상찮았기 때문. 그런데 이 글에선 오미다르 얘긴 그만하려 한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갑부 얘기로 일관하면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와 비슷해질 것 같아서. 둘째는, (이게 더 현실적인 이유인데) 내가 오미다르의 최근 행보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그래서 작지만 강한 사이트를 만드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때마침 애틀랜틱에 올라온 ‘Method Journalism’이란 글을 주로(아니 거의 대부분) 참고했다.

이 글엔 복스를 비롯해 업샷, 파이브서티에잇, 서카 같은 뉴스 사이트를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 올들어 화제가 된 신생 뉴스 사이트들이다. (서카는 2012년에 처음 등장했다.) 그런데 이들이 관심을 받고 있는 건 다루고 있는 영역 때문이 아니다. 기사를 처리하는 방식 때문에 더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복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복스.

통계전문가이자 세이브매트리션인 네이트 실버가 만드는 파이브서티에잇은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 사이트다. 그런데 이게 어마어마한 노가다형 데이터 저널리즘이 아니다. 저 정도면 해 볼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 정도 수준. 물론 그렇다고 절대 수준이 낮다는 얘긴 아니다. 공부를 잘 하긴 하는 데,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만드는 ‘인간적인 1등’ 같다는 말슴이다.

워싱턴포스트 출신인 에즈라 클라인이 만드는 복스는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에서도 많이 거론됐다. 뛰어난 CMS가 강점인 언론사. 사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위키피디아를 연상케하는 편집 방식이다. 실제로 복스를 찬찬히 살펴보면 참 매력적인 뉴스 사이트라는 걸 알 수 있다. (게열사인 더버지의 장점을 극대화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

뉴스를 300 글자 이내로 요약해주는 인사이트.

뉴스를 300 글자 이내로 요약해주는 인사이트.

인사이트란 사이트로 재미 있다. 뉴스를 딱 300자 이내로 요약해주는 방식이기 때문. 역시 위키피디아처럼 계속 업데이트해주는 방식이다. 그런 점에선 서카도 유사한 부분이 많다.

물론 리코드처럼 전통적인- 물론 전통 저널리즘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뉴스 사이트도 있다. 리코드 역시 올 초 월터 모스버그 등이 새롭게 만든 뉴스 사이트다. 잘 알겠지만, 지난 해까지 월스트리트저널 품에 있던 올싱스디지털의 후속 사이트다.

리코드 같은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은 관점과 기사 처리 방법 등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사이트들이다. 애틀랜틱 기자는 이런 새집들의 등장에서 저널리즘의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 있다. 거역할 수 없는 새로운 흐름. 아예 직접 인용해보자.

But I think about the 20th-century heyday of magazines. If you wanted to start a new magazine, it would usually have been about something, either a topic (Vogue, Wired, Forbes) or a place (Texas Monthly, New York). These new sites are explicitly not about anything. That’s a selling point. At the most generous, we could say they’re about “the news,” if you define that as whatever people are talking about.

자, 이제 글을 맺자. 짐작하겠지만 난 헌집 고치기보다는 새 집 짓기 쪽에 더 관심이 많다. 이들의 혁신적인 접근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주시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새 집을 지을 경우 최신 공법을 좀 더 쉽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억만장자 베조스라면 헌집도 멋지게 새 집으로 고쳐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아니면 주변에 ‘멋진 건물들’을 좀 더 지어 붙여서 색다른 모양을 낼 수도 있을 테고.

헌집 고치기와 새집 짓기. 여러분들은 어느 쪽에 한 표를 던질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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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집 고치기와 새집 짓기…저널리즘 혁신 해법은?”에 대한 1개의 댓글

  1. 핑백: 워싱턴포스트의 아마존식 부활법, 통할까? | Hyper/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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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6월 11, 2014에 님이 Media에 게시하였으며 ,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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