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er/Text

테크와 미디어, 그리고 컬처 관련 고품격 콘텐츠

IT 외신 기사 쓰기, 기본 중의 기본 노하우


요즘 IT 외신이 갈수록 연성화되고 있다. IT 뉴스 주된 소비 플랫폼인 네이버에 가보면 이런 현상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외신은 대부분 애플이나 삼성, 구글 신제품 루머 얘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IT 전문 매체부터 연예, 스포츠 매체까지 비슷한 소재로 비슷한 기사를 쓰고 있다. 반명 망중립성을 비롯한 굵직한 정책 이슈들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전문점이나 분식점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IT 전문 매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IT 기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신을, IT 전문매체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분식점들과 똑 같이 눈에 띄는 기사를 써야 할까? 그도 아니면?

아래 부분은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본 IT 외신 기사 필수 노하우다. (사실은 외신 기사 필수 노하우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 IT 쪽으로 한정했다.)

스크린샷 2014-06-12 오후 4.35.42

1. 외신 기사는 번역이 아니다 

가끔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 “대체 영어를 얼마나 잘하면 외신 기사를 쓰느냐?”고. 결론부터 말하자. 나 영어 잘 못한다. 겨우 읽는 정도다. 그래도 지금까지 외신 기사 쓰면서 영어 때문에 괴로움 겪은 경험은 별로 없다. 왜냐고? 기사는 영어로 된 문장 중 가장 쉬운 측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기자들이 외신은 원문 그대로 옮기는 것이란 착각을 한다. 그러다 보니 외신 기자들과 인터뷰한 (그것도 우리는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의 멘트까지 충실하게 옮기는 경우가 많다. 때론 영어 특유의 레토릭(rhetoric)까지 곧이 곧대로 옮긴다. 하지만 외신 기사는 한국 독자들을 상대로 쓰는 기사란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외신 기사는 translating이 아니라 re-writing이다.

번역하는 사람들 사이에 논의되는 화두가 있다. ‘정숙한 추녀’와 ‘부정한 미녀’다. 정숙한 추녀란 원문에는 충실하지만 가독성이 떨어지는 번역을 의미한다. 반면 부정한 미녀는 가독성은 뛰어난 데 원문으로부터 멀어진 번역을 의미한다. 번역에선 둘 모두 용납이 안 되지만 굳이 따지자면 ‘정숙한’ 쪽이 중요하다. 하지만 외신 기사는 (원문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미녀가 될 필요가 있다. 외신 기사는 번역문이 아니라 기사이기 때문이다.

2. 하이퍼링크를 적극 활용하라 

우리와 달리 미국 언론들은 본문 안에 하이퍼링크를 적극 활용한다. 경쟁사 특종을 인용 보도할 때도 반드시 그 사실을 밝혀주고 링크로 연결해준다. 관련 자료를 참고해서 기사를 썼을 경우엔 그 자료를 (인터넷에서 다운가능할 경우엔) 꼭 링크해준다.

외신 기자 노릇하다보면 하이퍼링크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삼성과 애플 특허 소송 관련 기사를 쓴다고 해 보자. 양측 변호인들이 법원에 요청을 할 경우도 있고, 판사가 판결을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때 미국 언론들은 관련 자료들을 반드시 링크해준다. 난 그 동안 가급적 이 링크를 눌러서 관련 자료를 확인했다. 조금만 찬찬히 읽어봐도 훨씬 더 풍부한 기사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기자들이 이렇게 하질 않기 때문에 차별화하는 데 정말 좋다. 단 조금 성가시긴 하다.)

경쟁사 특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가 삼성과 애플이 특허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는 기사를 썼다고 가정해보자. 적어도 미국 언론들은 우리처럼 은근슬쩍 삼성에 전화해 자기네 기사처럼 쓰진 않는다. 반드시 첫 보도는 뉴욕타임스를 인용해준다. 그리고 그 기사에 링크까지 걸어준다.

이 때 외신 기자라면 재인용 기사보다는 원본 기사를 읽는 게 좋다. 인용 기사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쓰기 때문에 쉽긴 하지만 자칫하면 전체 맥락이 잘못 전달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제일 성의 없는 외신 기사는 이런 내용이다. “삼성과 애플이 모든 특허 소송을 상호취하하기로 했다고 매셔블이 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를 인용 보도했다.”

기억하라. 가급적 원본 기사를 인용 보도하는 버릇을 들여라. 그게 정보를 좀 더 풍부하게 볼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우리와 일면식도 없지만) 특종을 한 바다 건너 기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3. 구글은 외신 기자 최고의 친구 

외신 기사 쓸 때 가장 힘든 건 뭘까? 내 경험으론 문장 해석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생소한 용어나 관용어들을 우리 말로 옮기는 것이다. 특히 소송 같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 기사를 쓸 때는 용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다. 나도 특허 소송 관련 기사를 쓸 때 한 동안 용어 찾느라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이 때 구글 검색을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기사 쓸 때는 ‘한국어 웹 검색’과 ‘구문 검색’을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보자. 아래 두 구문이 어떤 차이가 있는 지 한번 말해보라.

  • dismissal with prejudice 
  • dismissal without prejudice 

dismissal이 재판에서 보통 권리를 포기한다는 의미라는 건 알 것이다. 뒤에 붙어 있는 문구가 골칫거리다. 이 때 구글 ‘구문 검색’과 ‘한국어 웹 검색’을 동시에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구문 검색은 겹 따옴표 사이에 검색하려는 단어를 넣으면 된다. 그러면 겹따옴표 안에 있는 단어가 연속해서 나오는 문서가 검색된다.

자, 이 경우엔 이렇게 하면 된다. “dismissal with prejudice.” 이것 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저렇게 검색하면 영어로 된 문서만 잔뜩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 유용한 게 한국어 웹 검색이다. 검색창에 있는 ‘웹 문서’를 누르면 눌러보라. ‘모든 언어’가 기본 설정돼 있을 것이다. 이것을 한국어 웹으로 바꾸면 된다. 그렇게 검색하면 저런 결과가 나온다.

스크린샷 2014-06-12 오후 3.08.35

단번에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dismissal with prejudice”는 그냥 ‘권리를 포기했다’고 번역해도 틀린 건 아니다. 그런데 소송 관련 문건에는 ‘with prejudice’나 ‘without prejudice’란 단어가 계속 나온다. 그러니 좀 더 정확한 기사를 쓰기 위해선 그 차이를 알아놓는 게 좋다. (저 두 구문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앞으로 소송 관련 기사에서 저 문구가 나오면, “아. 다시는 같은 사안으로 문제제기 하지 않는다는 얘기구나” 혹은 “이번에만 적용한다는 얘기구나” 하고 이해하면 된다.)

4. 위키피디아를 절대 무시하지 말라 

구글 못지 않게 자주 찾게 되는 게 위키피디아다. 위키피디아를 네티즌 사전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무시하지 마라. 위키피디아 업데이트 되는 속도 보면 언론 매체 뺨친다. 그러니 늘 새로운 정보를 해석해야 하는 기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다.

내 경험을 중심으로 설명해보자. 오늘 미국 제11연방항소법원이 “휴대폰 위치 정보를 요구할 때도 반드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기사에 보니 지난 해 7월엔 제5연방항소법원이 “영장 없이 휴대폰 위치 정보 요구할 수 있다”는 판결을 한 걸로 나와 있다. 당연히 의문이 제기된다. 대체 두 법원의 차이가 뭘까? 물론 미국은 항소법원 11개인지 12개가 관할 구역을 나누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한 기사를 쓰기 위해선 5항소법원과 11항소법원의 관할 구역이 어디인지 알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난 위키피디아에서 ‘united states courts of appeals’를 검색했다. 그랬더니 아래 페이지가 떴다.

페이지를 한번 훑어보라. 연방항소법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다. 그런데 나한테 필요한 건 역사가 아니다. 관할 구역은 어디 나와 있을까? 오른 쪽 아랫 부분에 judiciary가 눈에 띈다. 그걸 누르니까 미국 지도에 관할 구역 표시가 돼 있다. 물론 위에 띄운 페이지 아랫 부분으로 스크롤을 내려도 잘 정리돼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 “텍사스 주에서는 영장없이 휴대폰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조지아 주 등에선 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문구를 넣을 수 있었다.

스크린샷 2014-06-12 오후 3.20.39

명심해랴. 취재 기자들은 발품 팔아 기사를 쓴다면, 외신 기자들은 손품팔아 기사를 쓴다는 걸. 좀 더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외신 기자로 대성하는 첫걸음은 ‘성의’와 ‘손품’이다. ^^

또 한 가지. 위키피디아는 사진 고민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와 있는 사진은 대부분 Creative Commons로 돼 있다. 출처를 밝히고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웬만한 기관이나 사람 사진 다 올라와 있으니까, 사진 사용 조건 잘 확인해보고 활용하면 된다.

5. 주요 기관 홈페이지를 북마크하라 

망중립성 기사를 쓴다고 가정해보자. 당연히 연방통신위원회(FCC) 사이트는 필수로 알아둬야 한다. 대법원 판결 기사를 쓴다? 그럼 대법원 사이트를 한번쯤은 가봐야 한다. FCC나 대법원 사이트에 가면 주요 인물 사진이 있으니까 가져다 쓰면 된다. 물론 출처는 꼭 밝혀주고.

6. 매체 특성을 잘 파악하라 

우리나라 IT 매체들은 별 특성이 없다. 그냥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미국 IT 매체들은 장단점이 뚜렷한 편이다. 매셔블은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쪽에 강점이 있다. 테크크런치도 소셜 미디어 쪽 기사가 많지만 테크 쪽에 좀 더 가깝다. 기가옴은 여러 분야를 두루 다루지만 깊이가 상당한 편이다. 미디어 동향 기사는 특히 괜찮다.

아스테크니카는 테크놀로지나 법률 관련 기사를 꽤 깊이 있게 쓴다. 이 곳 기자들은 기본이 석사 이상이라 현학적인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망중립성 같은 정책 이슈도 꽤 깊이 있게 다룬다. 인사이트 있는 기사를 보고 싶다고? 그럼 애틀랜틱을 북마크해놓으라. 애틀랜틱엔 가끔 인문학적 통찰력을 겸비한 IT 기사가 올라와서 나 같은 사람 주눅들게 만들기도 한다. 판도데일리도 속도 보다는 깊이로 승부하는 사이트다.

깊이 있는 분석과 번뜩이는 인사이트가 돋보이는 명품 사이트 디애틀랜틱.

깊이 있는 분석과 번뜩이는 인사이트가 돋보이는 명품 사이트 디애틀랜틱.

더버지리코드 같은 사이트도 기본적으로 섭렵해야 한다. 둘 모두 요즘 IT 이슈 면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애플 제품 발표 행사 때 문자 중계같은 건 더버지를 보면 정말로 빨리 처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큐레이션 사이트도 유용하다. 내가 아는 한 최고의 IT 큐레이션 사이트는 테크밈이다. 무조건 북마크해놓으라. 그리고 출근하자 마자 가장 먼저 한번 훑어보라. 오늘 어떤 이슈가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허 소송 기사를 쓴다고? 다 알겠지만 포스페이턴츠는 꼭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요즘 이 사이트 운영자가 논조가 살짝 바뀌었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친애플 기조가 강했는데, 올 들어 친삼성 논조로 바뀌었다. 난 포스페이턴츠의 논조는 완전히 무시하는 편이다. 대신 자료를 충실하게 해석해주는 게 좋다. 물론 원본 자료 링크도 풍부해 내 나름의 해석을 하는 자료를 수집하는 데는 아주 유용하다. 대법원 전문 사이트인 스카우트블로그 역시 북마크 해놓을 만한 사이트다.

7. 엑셀-파워포인트와 친해지라 

앞에서 누누이 강조했듯이, 외신 기자들은 ‘원본과의 전쟁’을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좀 과장하자면, 국내 다른 외신 기자가 아니라 미국 기자들하고 경쟁한다는 마음 자세를 가지란 얘기다. 외신 인용 보도만 해선,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요즘 외신 빨리 빨리 소개하는 블로거들 너무나 많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도 수시로 주요 외신 올라온다. 그러니 외신 전문 기자라면 이들보다는 한 뼘 더 들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자면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원본 자료 확보에 공을 쏟아야 한다. 이렇게 확보한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까? 실적 자료라면 엑셀과 파워포인트로 직접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간단한 분석력만 발휘하면 미국 기자들과도 한번 경쟁해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관련 자료 공개 문화가 잘 발달돼 있기 때문에 조금만 손품을 팔면 무궁무진한 자료를 모을 수 있다.

간혹 외신 기사에 있는 도표도 그냥 카피앤페이스트 식으로 갖다 붙여놓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거 독자 기만이요, 성의부족이다. 파워포인트 이용해 도표 만드는 데 5분도 안 걸린다. 그 정도 각오 없으면 외신 기자로 경쟁력 발휘하기 힘들다.

정리하자. 난 외신 기자는 ‘성의’와 ‘손품’으로 경쟁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취재 기자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야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듯, 외신 기자는 한 개라도 더 관련 자료를 습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좀 더 욕심을 부리면 가공되지 않은 원자료에 접근하면 더 좋다. 그럼 진짜 본토 기자들도 못쓰는 기사를 쓸 수도 있다. 잘 만 하면. (오해하지 말 것. 내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얘기 절대 아니다. 이상적인 외신 기사 쓰기에 대해서 얘기했을 따름이다.)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정보

이 엔트리는 6월 12, 2014에 님이 Tech에 게시하였으며 ,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