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er/Text

테크와 미디어, 그리고 컬처 관련 고품격 콘텐츠

삼성-애플 항소취하와 정확한 맥락 전달하기


삼성과 애플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대한 항소를 동시 취하했다. 지난 해 8월 ITC가 삼성 갤럭시 초기 모델에 대해 수입금지 판결을 하자마자 항소했던 두 회사는 지난 주말에 항소취하 사실을 통보하면서 전쟁을 끝냈다. 이번 소송은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것. 삼성과 애플 간 소송은 워낙 복잡하니 정 궁금한 분들은 그냥 내가 쓴 기사를 한번 읽어보시라.

내가 굳이 블로그에 삼성, 애플 소송 얘기를 쓴 건 ‘외신 기사 쓰기’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다. 아니, 좀 더 분명하게 얘기하자면, “외국어 읽고 정확한 맥락 전달하기”가 얼마나 민감한지 얘기하기 위해서다.

스크린샷 2014-06-16 오전 10.25.18이번 사안을 최초 보도한 것은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다. 포스페이턴츠의 대체적인 논조는 이번 합의가 양측 모두 실익 없는 소송을 털어내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소송을 보도하는 기사들의 논조 중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삼성과 애플이 어느 정도 합의를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원조를 찾아보니, 국내 언론 중 최초 보도한 모 매체 기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부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뮐러는 “만약 애플과 삼성전자가 어떤 종류의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론적으로 애플은 삼성이 침해한 것으로 인정받은 이른바 ‘스티브 잡스 특허'(미국특허 7,479,949)와 관련한 추가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양사가 어느 정도 합의에 성공했을 거라는 점을 시사했다.

뉘앙스가 살짝 애매하긴 하다. 하지만 대체로 애플이 계속 소송하면 추가 배상금을 요구할 수도 있는 데, 취하한 걸 보면 어느 정도 합의를 했을 것이란 의미가 살짝 묻어 있다. 자, 그럼 원문은 어떻게 돼 있을까? 이번엔 원문을 한번 살펴보자. 아래 인용한 부분은 애플이 ITC 판결에 항소하면서 문제 삼지 않은 ‘949 특허’에 대한 얘기가 나온 뒤 아래 문장이 이어진다.

Unless Apple and Samsung have reached some sort of agreement about this, Apple could theoretically still seek damages for past infringement with respect to its ITC patents, particularly the “Steve Jobs patent”. Samsung had filed a companion complaint in Delaware to its ITC complaint against Apple, but Apple focused only on its pursuit of an import ban. The ITC’s liability findings are not binding on district courts, so there would have to be a whole new trial of infringement and (in)validity. Apple is not likely to make this effort since there is so little, if anything, to gain.

어설픈 내 영어실력으로 옮기면 대충 이런 의미다. 애플과 삼성이 이 부분(즉 949 특허)에 대한 모종의 합의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애플은 적어도 이론적으론 ITC 소송에 연루된 특허, 특히 스티브 잡스 특허(바로 949 특허)에 대한 과거 피해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 이 부분에 대해선 삼성이 델라웨어 법원에 항의를 했다는 내용도 있다. (무효 판결된 특허로 수입금지 판결한다는 게 말이 돼? 뭐 이런 항의일 것이다.)

계속 읽어보자. 그런데 애플은 수입금지 판결에만 집중했다. 다시 말해 항소를 취하하면서 ITC에서 받아낸 수입금지 판결로 종료했다는 의미다. 자, 그 다음이 중요하다. 그 부분은 직역에 가까운 의역을 한번 해보자.

ITC의 유죄 판결은 지역법원에 그대로 적용되진 않는다. 그러니 애플이 (손해배상 받아내려면) 특허 침해와 특허 유(무)효와 관련한 재판을 새롭게 해야 한다. 애플을 그렇게 할 것 같진 않다. 해봐야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 매체가 처음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오역한 뒤 상당수 매체들이 그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 이거, 오역이자 오보다. 인용한 포스페이턴츠는 그런 논조로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애플-구글처럼 전격 합의로 가는 신호탄으로 보긴 힘들지만, 두 회사도 언젠간 싸움을 끝내야 하는데…. 어쨌든 둘은 ITC 소송은 더 이상 할 가치가 없다고 서로 합의한 것 같다, 는 정도 의미다.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정보

이 엔트리는 6월 16, 2014에 님이 Tech에 게시하였으며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