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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의 저주’와 빅데이터


‘무적함대’ 스페인이 네덜란드에 5대1로 완패하면서 또 다시 ‘펠레의 저주’가 거론되고 있다. 스페인은 독일과 함께 펠레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은 나라. 덕분에 월드컵 때마다 거론되는 펠레의 저주가 또 다시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펠레는 매 대회마다 기가 막히게(?) 우승팀을 비켜가는 재주를 보여줬다. 1974년 서독 월드컵. 펠레는 아르헨티나가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조별 2차 예선에서 1무 2패로 탈락했다. 당시 토펄 사커로 유명했던 네덜란드에게 4대0으로 완패당한 것이 컸다. (1974년대회 조별 2차 예선은 요즘으로 치면 8강이다.)

20년뒤인 1994년 미국 월드컵 땐 ‘펠레의 저주’가 특히 힘을 발휘했다. 당시 펠레는 콜롬비아를 우승 후보로 거론했다. 하지만 예선 탈락. 게다가 당시 콜롬비아 수비수가 자책골을 넣은 뒤 살해당하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땐 프랑스를 우승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프랑스 역시 예선 탈락.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우승 후보로 꼽았던 나이지리아 역시 예선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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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펠레의 저주’는 존재하는 걸까? 확률적으로 따지면 사실 ‘펠레의 저주’는 저주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다. 요즘 같으면 32개 팀 중 우승권에 근접한 전력을 가진 팀이 최소한 6~8개 팀 정도 된다. 게다가 예선을 끝내고 16강 토너먼트부터는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 펠레가 제 아무리 뛰어난 축구 선수라지만, 이런 요인들까지 감안해 우승팀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펠레에게도 ‘책임’은 있다. 펠레의 예상을 보면 늘 기존 패러다임 속 강자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는 걸 알 수 있다. 1974년 아르헨티나나 2002년 프랑스, 그리고 이번 대회 스페인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전대회 우승국이거나, 대회 직전까지 강호 자리를 지키던 나라다.

문제는 월드컵 땐 새로운 축구 패러다임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1974년 서독 월드컵 당시엔 네덜란드가 토털 사커를 앞세워 결승까지 진출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의 키워드는 압박 축구였다. 반면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을 중심으로 한 예전 패러다임을 고수하다가 압박 축구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나마 지단이 초반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정교했던 팀워크까지 무뎌졌다.

여기서 잠시 농구 얘기로 옮겨가보자. 올해 NBA 파이널에선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킹 르브론’이 버티고 있는 마이애미를 4대 1로 완파했다. 잘 아는 것처럼 마이애미는 르브론 제임스를 비롯해 크리스 보쉬, 드웨인 웨이드 등 빅3가 버티고 있는 절대 강자.

특히 셋은 서로 사이도 좋아 슈퍼스타가 여럿 몰려 있을 경우 팀워크가 깨진다는 속설까지 무너뜨리면서 2년 연속 우승을 했던 터였다. 이번 대회까지 우승했더라면 3연패에 성공하면서 21세기 최고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미경 분석이 작동하는 스포츠 세계에서 3년 연속 같은 전술로 계속 우승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팀 던컨을 비롯한 노장들이 버틴 샌안토니오는 그 틈을 성공적으로 파고들면서 ‘킹 르브론’의 황제 등극에 제동을 걸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NBA 퍼이널에서도 마이애미의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가 더 많았다. 객관적인 전력을 무시할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전술만으론 더 이상 천하를 호령하기 힘들었다. 그게 바로 분석의 힘이다. 큰 대회에선 늘 새로운 패러다임의 공격 전술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 얘기가 옆으로 많이 샜다. ‘펠레의 저주’는 통계적으로 볼 땐 말이 안 된다. 펠레가 제 아무리 엉터리 예언을 했다곤 하더라도, 통계적으로 볼 때 아주 엉뚱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일반적인 수준 정도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펠레’ 역시 ‘저주’에 일정 부분 책임도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정교한 분석보다는 ‘축구 선수 특유의 감’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중반까지 선수로 뛰었던 감에 의존했다.

축구 황제 펠레. [사진=위키피디아]

축구 황제 펠레. [사진=위키피디아]

요즘 이영표 선수가 화제다. 스페인의 몰락을 예측한 것을 비롯해 몇몇 전망들이 맞아 떨어진 때문이라고 한다. 이영표 위원 중계를 들어본 적이 없어 뭐라고 말하긴 뭣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영표 위원은 최근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유럽 축구의 동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데다, ‘초롱이’답게 연구도 열심히 한 것이 ‘객관적인 분석력’에 힘을 더해 준 것 같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한 뒤 전망을 하느냐에 따라 예측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터이기 때문이다.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거대한 흐름 변화를 조망할 수 있는 능력. 이게 맞아 떨어져야 예측의 확률을 높일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상은 쉽지 않다. 지난 대회에 스페인이 우승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던가? 패러다임 변화라는 건 대개는 월드컵 결산을 하면서 좋은 성적을 낸 팀을 중심으로 사후 분석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펠레가 저주를 퍼부은 팀은 독일과 스페인. 스페인은 이미 펠레 덕분(?)에 무참하게 패배했다. 이제 남은 건 독일. 독일은 내일 새벽 포르투갈과 첫 경기를 한다. 과연 독일이 펠레의 저주를 이겨낼 수 있을까? 상대는 현역 최고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고 있는 포르투갈이니 만만치는 않다.

그런데 독일 대표팀이 빅데이터 분석으로 무장했다고 한다. 첨단과학의 경연장이 된 월드컵이란 글을 살짝 인용해보자.

이 기법은 선수들의 무릎과 어깨 등에 부착한 센서에서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다음 선수별 장단점을 파악해 경기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중간 생략) 따라서 감독과 코치진은 상대팀의 특성에 따라 어떤 선수가 적합한지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판단함으로써 경기 때마다 최상의 주전 라인업을 짤 수 있다. 또 주전 중 한 선수가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할 경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장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로 대체할 수 있다. 이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비즈니스 소프프웨어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독일의 ‘SAP’ 사가 월드컵을 대비해 독일 국가대표팀만을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분명 어느 팀인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력을 극대화했다는 기사가 나올 것 같다. 벌써 독일팀은 빅데이터를 전술 훈련에 잘 활용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니…. 위 기사를 쓴 기자 말마따나, 일단은 빅데이터로 무장한 독일이 첫 경기부터 ‘펠레의 저주’를 이겨내는지부터 한번 살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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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의 저주’와 빅데이터”에 대한 1개의 댓글

  1. 핑백: 빅데이터 저널리즘은 독자가 참여하는 소통 플랫폼으로 - O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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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6월 16, 2014에 님이 Tech에 게시하였으며 ,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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