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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날 위한 플랫폼? 혹은 남 위한 플랫폼?


길 가다가 화재 현장을 목격하고 곧바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이 때 내가 트위터에 올린 글은 ‘내 상태(my status)’를 알린 걸까? 아니면 남을 위해 정보를 올려준 걸까? 언뜻 보면 같은 얘기 같다. 하지만 트위터 초창기인 지난 2006년엔 이 문제를 놓고 창업자들이 열띤 공방을 벌인 적 있다.

당시 회장 겸 최대 주주였던 에반 윌리엄스는 “길 가다가 화재 현장 소식을 올렸다면 트위터 활동을 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초대 최고경영자(CEO)였던 잭 도시는 “그것 역시 트위터 활동의 일부”라고 맞섰다.

빅 빌턴(Nick Bilton)의 책 ‘Hatching Twitter’에 나오는 얘기다. 사실 저 얘기만 들으면 “왜 저리도 한가한 논쟁을 하고 있었나?”란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저 논쟁 속엔 트위터의 방향성과 철학적 기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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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ego? of for other?

처음 트위터를 만들 때 핵심 키워드는 ‘내 상태(my status)였다. 트위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겠다는 게 초기 트위터 창업자들의 야심이었다. (참고로 트위터 1대 주주인 에반 윌리엄스는 초기 대표적인 블로그 서비스였던 ‘블로거(Blogger)’를 창업한 뒤 구글에 매각해서 떼 돈을 번 사람이다.)

그런데 서비스라는 게 초기 기획대로 머물진 않는다. 트위터도 마찬가지였다. 철저하게 사적인 성찰의 도구로 생각했던 트위터가 어느날부터 공적 담론 통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9년 뉴욕 허드슨 강 비행기 추락 사고였다.

잘 아는 대로 당시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 한 행인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 세계적인 특종의 단초가 됐다. 이 때부터 트위터가 미디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보자. 사업가 기질이 강했던 에반 윌리엄스와 달리 잭 도시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를 갖고 있었다. 당연히 깐깐한 경영자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초기 논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비스의 방향에 대해선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트위터는 철저하게 ‘나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플랫폼’이란 생각을 했던 것. 이후 트위터의 진화 방향을 보면 에반 윌리엄스보다는 잭 도시의 판단이 더 정확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참고로 둘은 또 다른 문제로도 다퉜다. 에반 윌리엄스는 PC 쪽을 강조한 반면, 잭 도시는 스마트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잭 도시가 훨씬 뛰어난 경영자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트위터 초기 얘기 읽어보면 경영 능력 빵점에 가까운 사람들의 집합소였다.)

어찌보면 뻔해 보이는 SNS에 대한 성찰 

스크린샷 2014-07-17 오후 2.55.53책에는 더 이상 자세한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한번 생각을 이어가보자. SNS는 과연 나를 위한 플랫폼일까? 아니면 남을 위한 것일까? 이 질문은 어찌보면 다소 우문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질문을 잘 파고들어가보면 SNS의 기본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비유를 한번 해보자. 내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그래서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단장하는 건 날 위한 걸까, 아니면 남을 위한 걸까? 이 질문 역시 우문이긴 마찬가지다. 결국 날 위한 것이 남을 위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도 미세한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남의 시선을 은근 즐기는 분들은 ‘남을 위한 행위’ 쪽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게다. 반면 나처럼 남이야 어찌 보건 말건, 이란 유형은 ‘나를 위한 행위’일 테니까.

이런 차이를 바탕에 깔고 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다소 다르게 볼 수도 있다. 페이스북이 ‘날 위한 단장’이란 측면이 조금 더 강할 수도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사실 SNS란 범주로 뭉뚱거리긴 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성격이 아주 다르다. 지나친 단순화란 비판을 무릅쓰고 굳이 따지자면 페이스북이 사적 소통 쪽에 좀 더 무게가 가 있다면 트위터는 ‘공적 담론’ 쪽에 조금 더 가깝다. 실제로 트위터는 “SNS가 아니라 정보 플랫폼”이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끝이 보이질 않는다. 라캉의 거울 이미지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한 뒤 생각의 끈을 계속 이어가야 겠다. (고수들께서 멋진 의견을 덧붙여주실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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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7월 17, 2014에 님이 Tech에 게시하였으며 ,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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