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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의 디지털 저널리즘 실험에서 배우는 교훈


“통상적인 사건 보도를 하는 기자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 장치의 한 부분 같다.”

이런 무지막지한 얘기를 한 사람은 레슬리 스티븐(Leslis Stephen)이란 영국 에세이스트였다. 19세기 말에 쓴 ‘저자의 임무(The Duties of Authors)’란 글에서 이런 주장을 했다고 한다. 레슬리 스티븐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이 분. 만만하게 보지 마시라. ‘등대로’ 등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님이시다.

요즘 내 관심도 바로 저 부분에 닿아 있다. 21세기 들어 땅에 떨어진 기자란 직종의 위상. 어느 순간 대체 가능한 수준을 넘어 이젠 ‘기레기’란 손가락질을 받는 직종. 대체 기자란 직종이 다시 (옛 영광은 고사하고) 제 구실을 할 기회가 있긴 있는 걸까?

이런 시대 상황에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영향 때문인지 요즘 저널리즘 혁신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더불어 CMS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둘 모두 중요하다. 늘 주장하는 거지만, 기자 간담회 쫓아다니고, 외신 인용 보도하느라 정신 없는 기자들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 또 당연한 얘기지만 그런 기사만 잔뜩 싣는 매체도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포브스의 실험에서 얻는 교훈 

포브스란 잡지가 있다. 포천과 함께 대표적인 경제 전문 잡지다. 그런데 포브스가 비즈니스 저널리즘 영역에선 제법 제 구실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 쪽에서 나름 의미 있는 성과들을 거두고 있는 것 같다.

최근 ‘The Path Forward for the News Business’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킨들 버전만 나와 있다. 가격은 2.99달러로 매우 착하다. 물론 분량도 슬림하다. 한번쯤 부담 없이 읽기에 괜찮다는 의미다. 거창한 얘기는 생략하자. 포브스 얘기는 이 땅의 수 많은 전문지, 경제지들이 한번쯤 새겨들음직한 부분이 있다. 물론 따라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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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심을 가진 포브스의 디지털 실험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기자와 외부 기고자(contributor)로 구성된 콘텐츠 생산 생태계

포브스 사이트는 기자들과 외부 기고자들의 글이 섞여 있다. 자세히 보면, 포브스 잡지에 실린 글은 많지 않다. 대부분 외부 기고자들의 글이다. 예를 들어 헬스케어와 의약 분야엔 출입 기자가 현장을 커버하고 있다. 그런데 그 분야 전문 기고자가 47명이다. 이들은 전문적 식견을 담은 글들을 쏟아낸다.

그래서 현재 포브스는 50명 남짓한 기자들과 2천 여 명에 이르는 외부 기고자들이 디지털 뉴스를 책임지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출입 기자는 자기가 맡은 분야 외부 기고자들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둘째, 인센티브 기반 외부 기고자 관리 시스템 

사실 외부 기고자 관리하는 것 쉽지 않다. 괜찮은 글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 굉장히 힘들다. 50명 가까운 외부 기고자들을 모았다고 하더라도, 그 중 쓸만한 글은 극소수에 불과할 가능성이 많다. 게다가 전문가일수록 글 쓰고 앉았을 시간이 별로 없다. 당연히 뭔가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백수가 아닌 다음에야 원고료 만으론 그들의 ‘글쓰는 욕망’을 자극할 방법이 없다.

포브스가 제시한 인센티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트래픽 기반 원고료. 둘은 포브스 플랫폼을 통한 명성 획득. 같은 글이라도 포브스 플랫폼에 실리게 되면 개인 사이트보다 훨씬 많은 트래픽이 나오게 돼 있다. 실제로 이 책에 따르면 외부 필자 중 억대 연봉을 올리는 사람도 몇 명 된다고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두 번째 부분이다. 포브스 플랫폼이 필자들에게 ‘유명세’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마련해주고 있다. 실제로 포브스에 연재한 글로 책을 써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필자들도 꽤 있다고 한다.

셋째. 네이티브 광고 시스템…글쎄? 

요즘 네이티브 광고가 꽤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다른 수익원이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적 상황에선 다소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언론사들이 많이 하고 있는 기획협찬이 결국 네이티브 광고 아니냐는 게 가장 큰 부분이다.

이 책 저자인 루이스 드보킨(Lewis D’Vorkin)은 포브스의 강점 중 하나로 ‘네이티브 광고’를 꼽고 있다. 실제로 포브스는 ‘BrandVoice’란 네이티브 광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공들여 만든 네이티브 광고들이 ‘많이 본 기사’ 리스트에도 제법 많이 올라간다고 한다. 특히 포브스는 다른 매체와 달리 네이티브 광고는 확실하게 표시를 해 준다고. 그런 명확한 편집 방침이 장기 신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내가 관심을 가진 건 저 설명이 아니라 저자의 이력이었다. 저자는 트루/슬랜트(True/Slant)란 디지털 뉴스 네트워크 창업자였던 것. 포브스가 2010년 트루/슬랜트를 인수하면서 저자는 최고제품책임자(CPO)로 합류하게 됐다고 한다. 그 분 아니다. 저자는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전통 언론에서도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어쨌든 네이티브 광고 부분은 100% 공감하긴 힘들었다. 저자가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얘기는 자세히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포브스의 디지털 전략은 전문지나 경제지들이 한번쯤 고민해봄직한 인사이트는 제법 많이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 관심이 가는 사람은 저자가 쓴 또 다른 책 ‘The Forbes Model for Journalism in the Digital Age’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단. 만병통치약 같은 해법을 기대한다면 절대 읽지 말 것. 저널리즘 혁신 같은 모호한 주제에 만병통치약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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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7월 30, 2014에 님이 Media에 게시하였으며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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