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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특허소송 대타협 신호탄? “글쎄요”


삼성과 애플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 제기된 모든 특허 소송을 취하했다. 두 회사는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이외 지역에서 진행되던 특허 소송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8개국에서 진행되던 소송은 모두 마무리하게 됐다. 앞으로 두 회사는 미국에서만 치열한 특허 공방을 벌이게 됐다.

언뜻 보면 이번 소식은 굉장히 큰 뉴스같다. 최근 애플이 삼성과의 미국 1차 특허 소송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연장선상에서 바라보면 더 큰 의미 부여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 많은 언론들은 두 회사가 화해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논조로 보도를 했다. 중국업체들의 약진 때문에 삼성과 애플이 화해 무드로 가는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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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취하, 합의로 가는 수순일까?

가장 큰 궁금증은 역시 이번 합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질문을 하기에 앞서 그 동안 취하된 소송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그래야 이번 소송 취하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결론부터 먼저 얘기하고 시작하다. 지금까지 두 회사가 퉁친 소송들은 합의가 가능한 영역이었다. 서로 비슷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승부였다는 얘기다.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은 두 회사에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특허 소송 자체가 지지부진해진 측면도 강하다. 삼성의 표준 특허 뿐 아니라 애플의 상용 특허 역시 지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 입장에선 소송 계속하면 할수록 특허권이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굳이 계속할 의미가 없었다. 삼성 역시 표준 특허권으로 판매금지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까지 한 마당에 유럽에서 소송 계속해봐야 얻을 게 없었다. 두 회사 모두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맞바꿨다고 볼 수도 있다. 삼성이 홈그라운드인 한국에서 유리한 국면을 전개한 반면, 애플은 일본에서 다소 앞섰다. 그러니 두 개 지역을 퉁 쳐버리는 것도 가능했다. 나와 생각을 조금 다르긴 하지만 포스페이턴츠도 비슷한 지적을 하고 있다.

Outside the U.S., the companies had litigation pending against each other in Germany, the UK, France, Italy, the Netherlands, South Korea, Australia, and Japan. Neither party had won a decisive victory against the other. Maybe things could have become tricky for Apple in South Korea at some point, where Samsung had prevailed on a couple of standard-essential patents but an injunction had been stayed pending an appeal. However, Apple’s market share in that country is no longer huge.

무슨 얘기인가? 이번 특허분쟁 합의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란 얘기다. 어차피 실익 없는 싸움인데 굳이 명분 앞세워서 계속 소송전을 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의미다.

팀 쿡이 스티브 잡스에 비해 다소 실용적인 노선을 견지하는 부분 역시 이번 합의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과의 핵전쟁’을 선포했던 잡스였다면 소송을 취하하는 게 쉽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잡스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지부진한 특허 전쟁을 정리할 필요는 있다고 봐야 한다.

2차 소송 결과가 애플 입장 변화에 영향 미친 듯 

일부 매체는 최근 애플이 2012년 1차 소송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부분에도 적잖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1차 소송에 대해 애플이 항소를 포기한 것은 진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당시 애플이 항소 포기한 것은 삼성 제품 판매금지 요구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애플이 그 부분에 대한 항소를 계속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이겨봐야 시장에서 아무런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갤럭시S 같은 초기 모델 판매금지 명령 받아내봐야 뭣하겠는가? 게다가 최근 미국 법원의 판결 성향상 판매금지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러니 항소 취하하는 게 전략상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니 지금까지 항소 취하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지난 5월 구글과 애플이 특허전쟁 종결 선언을 했다. 두 회사는 당시 모토로라 소송건을 비롯한 20여 건을 취하하기로 했다. 당시 삼성과 애플의 화해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또 삼성과 애플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특허 소송과 함께 화해 협상도 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애플이 어떤 형태로든 소송을 정리하는 건 지난 5월 끝난 2차 소송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다. 당시 애플은 좀 심하게 표현하면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22억 달러 가량의 배상금을 요구했다가 겨우 1억2천만 달러 배상 평결만 받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은 안방에서 열린 소송에서 처음으로 삼성에 배상금을 물어야한다는 판결까지 받았다. 적잖이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애플은 이 때부터 특허 소송 전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 시작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부분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잘 지적했다.

The latest trial, which ended in May, raised questions about the merits of Apple’s legal strategy. Apple won the case, but was awarded damages of $119 million, far short of the $2.2 billion it had sought. The trial also revealed embarrassing details about the company.
Apple has yet to collect a dime from either case and it hasn’t gotten what it really wanted: a far-reaching injunction on sales of certain Samsung phones and tablets.

삼성-애플 미국 소송, 출구 전략은 있을까?

지금부터 본격적인 전망을 해보자. 이제 삼성과 애플 사이에 남아 있는 미국 내 소송 중 정말 중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지난 3월 1심 최종 판결이 난 1차 소송과 5월초 배심원 평결이 나온 2차 소송이다. 이 두 소송 역시 상호 취하할 수 있을까?

역시 결론부터 말하자. 난 쉽지 않다고 본다. 왜? 이해 관계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1차 소송부터 살펴보자. 애플이 항소를 취하하면서 삼성 제품 판매금지 이슈는 사라져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배상금이다. 잘 아는 것처럼 1차 소송에서 삼성이 애플에 물어야 할 배상금은 9억3천만 달러다.

두 회사가 1차 소송을 털어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애플이 배상금 중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1차 소송에서 이슈가 된 ‘밀어서 잠금 해제’를 비롯한 여러 특허권들의 법적 지위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삼성 입장에선 애플이 배상금 중 상당 액수를 포기하지 않는 한 굳이 합의할 이유가 없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 때문에 소송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역시 잘 모르는 내 입장에서 말하자. 부담스러울 것 하나도 없다. 회사 내 비밀 문건은 이미 노출될대로 노출됐다. 항소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추가 증거를 갖고 싸우는 게 아니다. 법률 적용의 적합성만 갖고 논하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심 전략 문건이 노출될 우려도 별로 없다. 삼성 입장에선 항소심에서 잃을 게 별로 없기 때문에 양보할 유인도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2차 소송은 어떨까? 2차 소송은 삼성 뿐 아니라 애플도 불만스럽다. 배심원이 부과한 배상액이 요구액의 5% 남짓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 삼성은 어떤가? 2차 특허 소송에서 삼성이 패배한 가장 큰 이유는 애플의 데이터 태핑 특허(647) 때문이었다. 그런데 647 특허권 역시 항소법원에선 애플보다는 삼성 쪽 주장에 가까운 판결이 이미 한차례 나왔다. 애플이 모토로라와 벌인 소송에서 647 특허권에 대해 애플에게 불리한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예전에 썼던 ‘특허 근본 건드린 삼성-애플 특허 소송’ 기사에서 그대로 옮겨본다.

애플이 모토로라와 벌인 또 다른 소송에선 647 특허권의 범위를 굉장히 좁게 해석한 때문입니다. 항소법원 해석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폰에 적용된 기술은 애플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즉, 항소법원은 647 특허권의 보호 범위를 너무 넓게 잡아선 안 된다는 입장이란 얘기입니다.

삼성 입장에선 계속 싸움을 전개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적당한 배상금을 받고 철수하려고 싶어할 애플과 계속 싸워도 크게 손해될 것 없는 삼성. 2년 사이에 재판 상황은 이렇게 바뀌어버렸다. 내가 두 회사가 합의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건 이런 정황 때문이다.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플로리언 뮐러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 뮐러의 전망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It may very well be that at this point Apple just hopes for a somewhat face-saving exit by collecting a significant damages award (or, more likely, obtaining a settlement before it gets there) based on, for the most part, design patents. Even after giving up thermonuclear ambitions, Apple’s goal may now be to get a billion-dollar payment, or possibly a one-time payment plus a certain amount of ongoing royalties on U.S. sales, so it can say it has at least covered large parts or all of the costs of its patent war on Android. But I’m not even too optimistic about Apple’s prospects of achieving that.

애플 입장에선 디자인 특허권이 개입돼 있는 1차 소송 배상금을 체면 치레할 정도로 받아내면 특허소송을 종료할 의향은 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그게 성사될 가능성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뮐러는 주장하고 있다. 나도 저 주장에 전폭적으로 동의한다.

글을 맺자. 난 삼성과 애플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 진행된 소송을 취하한 부분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해선 안 된다고 보는 편이다. 서로 주고 받을 것 별로 없는 의미 없는 싸움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두 소송은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기 때문에 쉽게 합의에 이르긴 힘들 것이란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난 특허 전문가는 아니다. 따라서 의외의 ‘대타협’이 성사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렇게 될 확률이 삼성 유격수 김상수가 넥센 거포 박병호를 제치고 홈런왕이 되는 것만큼이나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적어도 현재 상황에선 그렇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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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8월 6, 2014에 님이 Tech에 게시하였으며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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