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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출판사 싸움에 수난 겪는 조지 오웰


현재 미국에선 전자책 가격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방 당사자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 미국 4위 출판사인 하체트(Hachette). 아마존은 전자책 가격을 대폭 인하할 것을 요구한 반면, 하체트는 “거대 사업자의 횡포”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그러자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서 횡포를 좀 부렸다. 하체트 책 배송을 고의 지연시키는가 하면, 사전 주문 버튼을 아예 빼버렸다. 당연히 헤체트 책 판매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해리포터’ 저자인 조앤 롤링의 신작까지 사전 주문 버튼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하체트는 작가들을 움직였다. 최근 작가 900여 명이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게재하면서 아마존을 비난하고 나섰다.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에 항의 메일을 보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오늘 얘기하려는 사건은 바로 작가들의 전면 광고 이후 나온 에피소드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 [출처=위키피디아]

영국 작가 조지 오웰. [출처=위키피디아]

조지 오웰을 동원한 아마존의 반격 

그러자 아마존도 그냥 있지는 않았다. 곧바로 아마존 도시팀 명의로 독자연합(Readers United)이란 곳에 공개 서한을 게재했다. 이 서한에서 아마존은 하체트 CEO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라고 촉구했다. 여기까지는 양측 공방 이후 늘상 있어 왔던 일이다.

아마존은 이 편지에서 출판업자들은 늘 혁신에 저항해 왔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일단 아마존은 전자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출판사들이 1930년대 페이퍼백이 처음 나올 때 격렬하게 반대했던 것을 예로 들었다.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조지 오웰의 글이었다. 조지 오웰이 1930년대 페이퍼백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다. 아마존 편지에서 그 부분을 그대로 옮겨 보자.

“The famous author George Orwell came out publicly and said about the new paperback format, if ‘publishers had any sense, they would combine against them and suppress them.’ Yes, George Orwell was suggesting collusion.”

무슨 얘기인가? 당시 조지 오웰이 새롭게 등장한 페이퍼백에 대해 “출판사들이 생각이 있다면 힘을 합쳐서 그것을 억압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아마존은 조지 오웰도 ‘공모(collusion)’할 것을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조지 오웰 오독한 아마존 도서팀 

이 글이 올라오자마자 뉴욕타임스가 곧바로 비판했다. 비판의 골자는 간단하다. 아마존 도서팀이 조지 오웰을 오독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아마존 도서팀은 이만저만한 망신거리가 아니다. 명색이 책 판매 플랫폼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위대한 저자의 글을 잘못 인용했으니 말이다.

일단 아마존이 인용한 문제의 글은 조지 오웰이 1936년 3월 5일 뉴 잉글리시 위클리(New English Weekly)에 기고한 내용이다. 역시 그 부분을 그대로 옮긴다.

The Penguin Books are splendid value for sixpence, so splendid that if the other publishers had any sense they would combine against them and suppress them.

그 무렵 펭귄출판사가 6펜스 짜리 페이퍼백을 내놓은 모양이다. 그런데 조지 오웰은 그게 굉장히 훌륭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들이 생각이 있다면, (바짝 긴장해서) 공동 대응을 할 것이란 얘기였다. 아마존 주장처럼 페이퍼백에 대해 반동적인 반응을 보인 게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다음 부분이다. 조지 오웰은 싼 값에 책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 역시 그 부분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It is of course a great mistake to imagine that cheap books are good for the book trade,” he wrote. “Actually it is just the other way about … The cheaper books become, the less money is spent on books.

조지 오웰은 책값을 왕창 내리는 건 독자들에겐 좋을 지 모르지만, 산업 전체엔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리코드 역시 뉴욕타임스를 인용해 아마존을 비판하고 있다.

아마존과 하체트의 싸움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특히 아마존이 플랫폼을 이용해 횡포를 부리면서 적잖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지 오웰을 오독한 글을 올리면서 또 다른 구설수를 제공했다.

잘못 인용했다면, 세계 최대 도서 판매체인의 무지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이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집한 거라면 ‘부도덕한 행위’란 비판을 받을 판이다. 이 쪽이든 저쪽이든 아마존은 심각한 악수를 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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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8월 11, 2014에 님이 Culture에 게시하였으며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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