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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매체의 영원한 고민 ‘전문점과 분식점’


테크밈이란 IT 큐레이션 사이트가 있다. 정교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주요 뉴스들을 골라주는 사이트다. 그런데 테크밈의 알고리즘이 어떤 공식에 따라 작동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테크밈은 지난 해부터는 일부 편집권을 행사하면서 노출 제목을 수정하기도 한다.

테크밈엔 리더보더(LeaderBoard)란 게 있다. 30일 단위로 집계한 사이트 순위다. 자사 사이트 주요 기사 노출 빈도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것이다. 테크밈의 사이트 순위는 영어권 독자들 사이에서 어떤 IT 뉴스 사이트가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 중 하나로 볼 수도 있다.

테크밈의 리더보더 순위.

테크밈의 리더보더 순위.

14일 현재 리더보더 순위가 어떤지 한번 살펴봤다. 테크크런치가 노출 빈도 12%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이 7.09%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더넥스트웹, 리코드, 더버지 등이 5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위까지 범위를 넓혀봤다. 전통 매체는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 포브스 등이 겨우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나머지 자리는 IT 외신 쪽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독자들에겐 ‘듣보잡’이나 다름 없는 사이트들이 메우고 있다. 4위에 올라있는 리코드는 올초 생긴 신생 사이트다. (물론 올싱스디지털을 이끌던 월터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 등이 만든 파워 사이트다.)

네이버 IT 섹션의 인기 기사 순위.

네이버 IT 섹션의 인기 기사 순위.

자, 이번엔 국내로 눈을 한번 돌려보자. 마땅히 잣대로 삼을 만한게 없어서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순서를 한번 살펴봤다. 보시다시피 IT 전문 매체들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현지 특파원과 속보란 강점을 갖고 있는 연합뉴스가 자주 눈에 띄는 가운데 종합지와 경제지들도 만만찮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간간히 스포츠 연예 쪽 매체들까지 순위에 이름을 올린다.

물론 테크밈과 네이버 많은 본 뉴스는 기본 잣대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수평 비교하는 건 다소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IT 뉴스 시장에서 전문 매체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가늠하는 실마리로 삼을 순 있다.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IT 전문 매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내 맘대로 진단해봤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잣대다. 당연한 얘기지만, 반론과 비판 적극 환영한다. 다만 반론과 비판을 할 때는 글을 꼼꼼히 읽고 해줬으면 좋겠다.

1. ‘전문점과 분식점’ 그 불편한 현실   

미국과 한국 IT 매체를 구분하는 핵심 키워드는 ‘전문점’과 분식점’이라고 생각한다. 난 지금 전문성 얘기만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전문성 뿐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란 면에서도 확연히 구분된다는 얘기다.

한국 IT 매체들은 대부분 ‘거의 모든 IT 시장’을 다룬다. 핵심 광고주들이 자리잡고 있는 통신과 휴대폰 단말기를 기본으로 깔고 정책부터 컴퓨팅, 인터넷까지 전방위로 다루는 모델이다. 그러다보니 언뜻 머리에 떠오르는 IT 전문 매체들 간의 차이점을 연상하는 게 쉽지 않다.

반면 미국 IT 매체들은 좀 다른 편이다. 테크크런치와 매셔블, 더버지, 리코드 등을 떠올릴 때마다 강점 분야들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아스테크니카를 찾을 땐 망중립성 같은 정책이나 기술, 과학 이슈를 묵직하게 해석해낼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되며, 기가옴 역시 깊이를 기대하면서 방문한다.

디애틀랜틱판도데일리를 클릭할 땐 약간의 긴장과 설렘을 함께 갖는다. 그만큼 사고와 분석의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씨넷, 지디넷 같은 IT 쪽에서 잔뼈가 굵은 매체들은 비교적 전통적인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클릭수 많이 나올 기사를 찾을 땐 나인투파이브맥이나 애플인사이더 같은 애플 전문 매체나 삼모바일 같은 삼성 전문 매체에 눈이 간다.

2. 전문성보다 더 힘든 선택과 집중 

당연히 “왜 그럴까?”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전문성 부족’일 게다. 현재 대다수 매체들은 기자들의 연차가 확 낮아지면서 10년 이상 한 분야를 커버해 온 베테랑 기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경력이 쌓이면서 전문성을 갖게 된 기자 상당수가 이직한 것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구조적인 한계에서 비롯된 전문성 부재 못지 않게 ‘선택과 집중’이란 관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국내 IT 매체 중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곳도 찾기 쉽지 않다.

여기서 또 질문. 그럼 국내 IT 매체들은 왜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는 걸까? 물론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해 보여서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한다. 그러니 모든 걸 다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다 시장 규모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IT 매체를 하는 한 통신과 단말기 분야는 포기할 수가 없다. 가장 큰 광고 시장이기 때문이다. 정책 이슈가 나오는 방통위 같은 행정 부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도 포기할 순 없다. ‘포털에 기사 공급하는 매체’와 ‘그렇지 않은 매체’ 딱 두 종류만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역시 이 분야도 공을 들여야 한다.

이쯤 되면 한국 뉴스 시장, 특히 광고 시장이 특정 분야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모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분야를 ‘넓고 옅게 다룰 수밖에’ 없다는 핑계가 성립되는 건 아니다.)

3.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은 던졌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그걸 알면 진작에 했을 테니 말이다. 물론 원론적인 해답은 있다. 앞으론 철저하게 소수정예형 미디어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토픽 중심 소수정예형 미디어’로 승부해야 그나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한국적인 특수 상황을 무시할 순 없다. 앞에서 설명했던 한계 때문에 기본적으로 갖고 가야 하는 분야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특허 전문 사이트, 휴대폰 단말기 전문 사이트를 하면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휴대폰 전문 뉴스 사이트의 경우 (휴대폰 시장이 앞으로 10년 이상 전성기를 구가한다고 하더라도) 수익원이 지나치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언론 역할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독자들까지 공략해야지 ‘수익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만만찮은 결론’이 나온다. 그러자면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 있는 이슈를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고. 쓰다보니 넋두리만 하다가 끝낸 느낌이다.

한국적 상황에서 ‘수익원 다각화’를 하면서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어떤 모델을 가져가야 할까? ‘토픽 중심 소수 정예형’이란 뻔한 화두 외엔 마땅히 제시할 해법이 없구나. 그래서 더 답답하고 한심하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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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8월 14, 2014에 님이 Media, Tech에 게시하였으며 , , ,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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