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per/Text

테크와 미디어, 그리고 컬처 관련 고품격 콘텐츠

‘에버그린 콘텐츠’에 대한 어설픈 단상 (2)


미국 저널리즘 현장을 둘러보고 온 미디어오늘 김병철 기자가 연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번에 다룬 주제는 ‘에버그린 콘텐츠’다. 썼던 기사 다시 쓴다? 에버그린 콘텐츠란 제목을 단 기사를 통해 김 기자는 한국 언론의 에버그린 콘텐츠 사례를 소개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경남도민일보가 최근 시도하고 있는 지난 기사 다시 쓰기 같은 시도들이다. (미디어오늘 기사 끝부분엔 어줍잖게도 내 멘트가 들어가 있다. 부실한 전문가 멘트에 대해 비판한 적 있던 난, 내가 비판했던 짓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말았다. ^^)

물론 에버그린 콘텐츠는 꼭 지난 기사를 다시 쓰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다양한 자료들 역시 에버그린 콘텐츠란 관점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은 예전에 내가 썼던 휘발성 기사 시대, 에버그린 콘텐츠는 힘든 것일까란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자, 여기선 김기자가 소개한 에버그린 콘텐츠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해보자.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보면 어떨까? 대체 에버그린 콘텐츠는 뭘까? 경남도민일보가 쓴 도대체 적조는 왜 생기는 것일까요?혈세 먹는 괴물 김해 경전철 어떻게 탄생했나 같은 기사는 (에버그린 콘텐츠란 관점 말고도)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난 이런 시도들이 그동안 한국 언론들의 고질적인 한계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남도민일보의 남해안 적조 관련 보도.

경남도민일보의 남해안 적조 관련 보도.

첫 번째 의미- 한방 위주에서 기사 AS 로  

내가 경남도민일보의 시도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언론사의 AS 회복 가능성’ 때문이다. 무슨 얘기인가? 한국 언론(만 그런 건 아닐 테지만) 어떤 이슈가 제기될 땐 무섭게 파헤치지만, 그 이슈가 잠잠해지고 나면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또 다른 핫이슈 쪽으로 빨리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홍수철이 되면 무분별한 하천 파헤치기 관련 기사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확 달아올랐던 관심이 식고나면, 더 이상 그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

몇 년 전에 몇몇 동료들과 “정기적으로 기사 AS를 해주면 어떨까?”란 얘기를 나눈 적 있다. 리스트를 쭉 뽑아 놨다가, 3개월 혹은 6개월 뒤 “그 뒤 어떻게 됐을까?”란 궁금증을 풀어주면 어떻겠냐는 얘기였다. 당시 우린 말만 하고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했다.

물론 경남도민일보가 어떤 의도로 이번 기획을 시작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과거 기사 다시 쓰기’는 ‘한 방 터뜨리고 나면 그만’인 한국 언론의 한계를 보완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관행이 잘 정착되면 ‘기사 AS 정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 같아서다.

그래서 난 이번 기획이 ‘에버그린 콘텐츠’란 관점 못지 않게 ‘터뜨리고 외면해버린 이슈 되살려내기’란 측면에서 훨씬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의미- 메마른 텍스트에 콘텍스트 입히기

기자들은 매일 바쁘게 생활한다. 여기 저기서 터지는 이슈들을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매일 하는 일들은 휘발성이 너무 강하다. 하루 지나고 나면 생명을 상실하는 게 태반이다.

그보다 더 큰 한계도 있다. 텍스트는 있는 데 콘텍스트가 실종된 기사가 대부분이란 점이다. 난 이런 상황을 ‘강물 퍼내기’에 비유한다. 도도하게 흘러가는 강에서 정신 없이 물을 퍼내지만, 정작 강이 어떻게 생겼는지, 강물은 어디로 흘러가는 지는 잘 모르는 상황. 상류, 중류, 하류 등에서 따로 따로 물을 퍼내고 있기 때문이다.

DB를 활용한 과거 기사 다시 쓰기는 그런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김병철 기자와 전화 통화(인터뷰라고 하기엔 민망해서) 하면서 한 얘기는 그런 맥락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 ‘명량’ 때문에 이순신 장군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 영화사에서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적지 않게 있었다. 김명민을 스타로 만들어줬던 ‘불멸의 이순신’부터 고 김진규 씨가 출연했던 영화까지 다양했다. 그 때 그 기사들과 함께, 이순신 영화가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 보여주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난 텍스트도 맥락으로 연결해 놓으면 콘텍스트가 된다고 믿는 편이다. 그건 엄청난 탐사보도나 데이터 저널리즘 못지 않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관점에서도 ‘에버그린 콘텐츠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Advertisements

‘에버그린 콘텐츠’에 대한 어설픈 단상 (2)”에 대한 2개의 댓글

  1. 사실 그것까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막연하게는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의미부여를 해주시니 더 확장시켜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hypertext30
      8월 17, 2014

      늘 멋진 시도 하시는 모습 잘 보고 있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정보

이 엔트리는 8월 17, 2014에 님이 Media에 게시하였으며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내비게이션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