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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기술이 저널리즘에 새 바람 일으키나


조금 과장해서 얘기자하면 내 첫 저서인 [인터넷신문과 온라인 스토리텔링]을 만든 건 8할이 ‘매트릭스’와 ‘해리포터’였다. 실제로 난 매트릭스에 나오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가상공간’이란 명제로 그 책을 시작해서 ‘해리포터와 인터넷신문의 미래’란 화두로 그 책을 마무리했다. 특히 해리포터에서 ‘예언자일보’ 얘기를 접하면서 “저게 어쩌면 신문의 미래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난 그 책 끝 부분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를 통해 형상화한 예언자일보는 아직은 멀찍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마법 세계를 다룬 이야기 속의 재미있는 소도구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눈부신 기술 발전을 감안하면 이 같은 상황이 결코 오래 계속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예언자일보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조금씩 좁혀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까지 내려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때쯤이면 인터넷신문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저널리즘은 또 한 번의 혁명을 마무리 짓고 있을 지도 모른다.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예언자일보. [출처=harrypotter.wikia.com/]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예언자일보. [출처=harrypotter.wikia.com/]

가상현실이 저널리즘과 만났을 때

미국의 한 학자가 이 꿈 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 3D 게임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로 뉴스 현장 속에 있는 듯한 경험을 만들어주겠다는 게 최종 목표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남가주대학(USC) 영화예술 담당 교수인 나니 드 라 페냐(Nonny de la Peña).

그런데 더 눈에 띄는 게 있다. 페냐 교수가 ‘몰입 저널리즘(immersive journalism)’이라 불리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파트너로 오큘러스 리프트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가상현실 전문업체로 유명한 오큘러스 리프트는 올초 페이스북에 인수되면서 한차례 유명세를 탔다. 최근엔 삼성과 공동으로 가상현실 헤드셋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페냐 교수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로 활동한 경험과 3D 게임 플랫폼을 녹여서 독자들을 현장 속으로 바로 안내하는 새로운 저널리즘 경험을 만들어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와이어드 보도에 따르면 페냐 교수는 최근 JFK 리로디드 같은 다큐멘터리 게임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뉴스에도 접목해보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첫 프로젝트는 악명 높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소재로 한 Gone Gitmo다. 수용소에 수감됐던 인물들의 경험과 각종 다큐멘터리 자료들을 토대로 그 곳 생활을 3D로 생생하게 재현해 주겠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페냐 교수가 ‘몰입 저널리즘’을 연구하면서 왜 하필 오큘러스 쪽에 손을 내밀었을까, 하는 아주 세속적인 궁금증. 그런데 이런 저런 자료를 뒤지다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오큘러스 리프트 창업자 중 한 명인 팔머 러키(Palmer Luckey )가 페냐 교수와 USC 동기동창이라고 한다. (이래서 학맥이 중요한 모양이다. 우씨.)

‘몰입 저널리즘’의 가장 큰 과제는 뭘까? 당연한 얘기지만 역시 ‘팩트 수집’이다. 3D 구현은 그 다음 문제다. 제대로 된 자료 없이 현란한 기술로 떼우는 건 게임이나 영화 속에서나 유용하지, 현실 저널리즘 세계에선 낙제점이다.

페냐 교수 자체가 오랜 기간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으니 그 부분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하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 기사에도 그런 부분에 대한 얘기가 언급돼 있다.

De la Peña describes her work as “immersive journalism.” While the work is more challenging than traditional reporting—managing teams of animators, character designers, 3-D modelers, and sound designers—she insists that the medium draws upon the same skills and effort necessary for all strong journalism. “Source material captured at real events is necessary to really make these pieces work,” she says, “and that always takes a lot of time and effort whether you are using traditional news platforms or virtual reality.”

3D 활용한 몰입 저널리즘, 문제는 없을까?

다큐멘터리와 뉴스의 만남은 사실 새로울 건 없다. 딱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의 기본 스토리텔링 방식은 다큐멘터리와 통하는 부분이 많아 보인다.

문제는 이걸 3D로 만들어서 독자들이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게 괜찮겠냐는 부분이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예언자일보는 아예 현장을 그대로 옮겨 왔으니 문제가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법 세계 얘기다.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 일을 3D로 만들어서 경험하게 할 때 ‘도덕적인’ 혹은 ‘사실 이해 측면’에서 문제가 없을까?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가옴이 잘 지적했다. 실제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다룰 경우엔 논쟁의 여지가 될 부분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현재 미국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퍼거슨 사건’ 같은 경우만 해도 경찰이 흑인 소년에게 총을 발사할 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었으냐는 단순한 팩트 하나를 놓고도 합의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을 몰입시키는 보도 방식이 자칫하면 또 다른 편견을 야기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3D 플랫폼을 활용한 몰입 저널리즘 연구는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저널리즘 스토리텔링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무지 무지 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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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8월 22, 2014에 님이 Media에 게시하였으며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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