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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워치 인용보도, 의미 제대로 전달했나


미국 언론들은 우리처럼 타사 보도를 은근슬쩍 베껴쓰진 않는다. 대부분 인용 보도를 해 준다. 특종일 경우엔 어느 매체가 단독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란 수식어를 붙여주기도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터넷에선 원본 기사를 링크해준다. 늘 느끼는 거지만 참 부러운 관행이다.

그런데 인용 보도란 게 늘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가끔씩은 전체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만 부각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애플 전문 매체들이 이런 보도 행태를 자주 보여준다.

오늘 폰아레나란 매체가 보도한 Apple Watch battery life will be a “hard-ware side compromise’란 기사에서도 그런 혐의를 찾아볼 수 있다. 참고로 폰아레나는 국내 기자들이 스마트폰 관련 보도를 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매체다.

폰아레나 기사는 제목 그대로다. 애플 워치 배터리 수명 문제를 다룬 이 기사는 “하드웨어 디자인 고집 때문에 배터리 수명을 상당부분 포기했다”는 기본 논조를 갖고 있다. 예전엔 성능 때문에 디자인을 바꿨는데, 애플 워치에선 디자인 때문에 성능을 포기했다는 것. 국내 매체들도 애플이 디자인 고집 때문에 배터리 수명을 포기했다는 논조로 폰아레나 인용 보도를 했다.

애플 워치를 취향, 신뢰, 효용성이란 키워드로 분석한 뉴욕타임스 기사.

애플 워치를 취향, 신뢰, 효용성이란 키워드로 분석한 뉴욕타임스 기사.

취향 관점에서 분석한 애플 워치   

폰아레나 기사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한 기사다. 뉴욕타임스 기사 제목은 What Apple Watch says about Apple이다.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상당히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기사다.

도의상 일단 원본 기사부터 한번 살펴보자.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크게 세 가지 덕목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취향(taste), 신뢰(trust), 효용성(utility)이 바로 그것이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취향과 신뢰, 그리고 효용성이란 애플 고유 가치를 잣대로 애플 워치를 평가하고 있다.

취향부터 한번 살펴보자. 취향은 특히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덕목이다.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그 부분을 직접 인용해보자.

To him, taste was a value and a journey, acquired through curiosity, learning and life experience. Seek out the best that your culture has to offer, he would say, and your work will be enriched with taste, whether you are a software programmer or a sculptor. The pursuit of taste was a value Mr. Jobs instilled in the Apple corporate culture…

취향이란 관점에서 볼 때 애플 워치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개인 기기란 호평이 있는가 하면,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애플 워치가 처음엔 2010년 출시된 아이팟 나노 터치에서 출발했다고 전하고 있다. 손목에 찬 뒤 조깅을 하면서 음악을 듣던 기기. 바로 그게 애플 워치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아이팟-스타일이었던 기본 취향이 중간에 아이폰-스타일로 바뀌게 됐다. 그러면서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면서 배터리 문제가 대두됐다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 수명 문제는 산업 디자인 쪽이 하드웨어 디자인 팀보다 파워가 더 세다는 걸 드러내주는 사례라는 것. 이는 조너선 아이브가 애플 내에서 갖는 위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애플 워치는 ‘시스템 경험’ 측면에선 굉장히 유연할 뿐 아니라 혁신적이라는 평가도 많다고 기사는 지적하고 있다.

애플 워치의 신뢰와 효용성

신뢰와 효용성이란 관점에서도 애플 워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단 신뢰란 말 그대로 신뢰다. 소비자들은 애플을 절대적으로 믿는다는 것. 하다 못해 최근 불거진 유명인 사생활 사진 유출 건 같은 것이 발생해도 애플이 잘 해결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애플 워치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헬스 모니터링’이다. 당연히 개인 정보의 보고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다보니 정보 유출 이슈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신뢰’를 중시하는 애플은 “개인 정보를 제3자가 절대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수 많은 서드파티 앱 업체들을 애플이 어떻게 잘 단도리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 부분이 ‘신뢰’란 측면에서 애플 워치를 바라보는 핵심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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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성은 기기의 기본 성격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이 어떤 카테고리에 포함되느냐는 문제. 이를테면 미디어 플레이어(아이팟), 스마트폰(아이폰), 태블릿(아이패드) 등과 같은 분류다.

여기서 애플 워치는 한 가지 큰 한계를 갖고 있다. 애플 워치가 손목에 찬 아이폰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그게 왜 문제가 될까?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85%는 안드로이드 진영이 독식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드러난 효용성만 놓고 보면 애플 워치는 잘 해야 아이폰 정도 영향력을 얻는 수준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여기선 아이팟 성공 비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 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오른 배경에는 애플이 맥 뿐 아니라 윈도PC까지 연동하도록 한 조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국 애플 워치 역시 시장에서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선 ‘효용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큰 맥락의 일부를 강조한 인용 보도 괜찮을까

기사 자체가 워낙 의미가 있었던 탓에,  설명이 좀 길었다. 자, 여기서 진짜 하고픈 얘기를 시작해보자. 전체 맥락에서 일부 팩트만 강조한 인용 보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잔 얘기다.

일단 폰아레나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정확하게 인용하긴 했다. 적어도 인용한 부분은 제대로 했단 얘기다. (하긴 기자라면 그 정도는 제대로 인용 못하는게 기본이긴 하다. ^^)

여기서 또 다른 질문. 전체 맥락에서 볼 때 인용 보도한 폰아레나 기사는 문제가 없을까?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좀 애매한 부분이 있긴 하다. 개인적으론 지나치게 단편적인 부분을 부각시킨 것 같은 느낌은 있다. 하지만 눈에 띌만한 내용을 부각하는게 저널리즘 아니냐고 지적하면 할 말이 좀 궁하긴 하다. (물론 요즘 저널리즘에 대한 그런 관점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인 편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늘 아침에 폰아레나 기사(를 인용보도한 국내 기사)를 보면서 크게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째, 미국 언론들의 인용 보도 관행을 적극 본받자는 생각.

둘째,  인용 보도가 ‘트래픽에 관심 많은 국내 언론’들의 입맛에 딱 맞는 것 같다는 생각. 왜냐? 복잡한 내용을 단순 명쾌(?)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에. 하지만 세상사는 늘 그렇듯 흑백 논리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입에 딱 맞는 기사는, 사탕처럼 치아를 손상시킬 우려도 있다는, 하나마나한 경고 아닌 경고로 이 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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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트리는 9월 17, 2014에 님이 Media, Tech에 게시하였으며 , , 태그가 지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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