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의 ‘로봇 기자’ 도입, 어떻게 봐야 할까


이쯤 되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의 AP통신이 앞으로 실적 관련 기사는 로봇 알고리즘으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7월부터 기업들의 분기 실적 기사를 로봇 저널리즘 전문 업체인 오토메이티드 인사이츠(Automated Insights)의 알고리즘을 이용해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한 AP통신의 공지문을 읽어보면 된다.

AP통신은 이번 시도가 기자들의 일자리를 줄이기 위한 건 절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적 관련 기사 부담을 덜어줘서 좀 더 저널리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기 위한 조치란 얘기다. 로봇 알고리즘을 이용할 경우 실적 관련 기사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감추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그 동안 매 분기 기업 실적 관련 기사를 300건 정도 처리했는데, 로봇에게 맡길 경우엔 4400건 정도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AP통신 측이 밝히고 있다.

No. This is about using technology to free journalists to do more journalism and less data processing, not about eliminating jobs. In fact, most of the staff has been receptive to the effort and involved for the past few months of discussion.

올초 LA타임스가 로봇 알고리즘을 이용해 지진 보도를 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당시엔 일회성 보도였다는 점에서 말 그대로 화제성에 머물렀다. 하지만 AP통신은 앞으로 단순 실적 기사를 전부 로봇을 이용해서 처리하겠다는 것인만큼 향후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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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기자 도입, 정말 우려할 일일까 

AP통신은 구체적인 활용 방법도 공개했다. 잭스 투자리서치에 있는 실적 관련 데이터를 오토메이티드 인사이츠의 로봇 기자 알고리즘으로 자동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단순 실적 처리 기사를 로봇에게 넘기게 되면 기자들은 좀 더 인사이트 있는 분석기사. 이를테면 실적 수치가 의미하는 것이라든가, 트렌드 기사를 쓰는 데 주력할 계획이란 게 AP통신의 설명이다.

이번 건은 LA타임스와는 또 다르다. 분기 실적에 한한 것이긴 하지만 일상 업무 자체를 로봇에게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난 지난 번에 로봇 저널리즘은 기레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글을 쓴 적 있다. 당시 글에서 난 기자들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업무의 대부분은 알고리즘이나 다를 것 없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이 로봇 기자를 도입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 때 생각이 났다. 우선 AP통신이 이번에 로봇 기자에게 맡기기로 한 기업 실적 기사를 한번 따져보자. 대부분의 실적 관련 단순 보도기사는 기업들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리라이팅하는 수준이다. 알고리즘이 그대로 적용되는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적 관련 데이터가 들어 있는 DB에서 관련 자료를 가져다가 처리할 경우 로봇으로도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애틀랜틱이나 기가옴 같은 매체도 비슷한 논조로 접근하고 있다. 애틀랜틱은 Algorithm-Generated Articles Don’t Foretell the End of Journalism란 기사에서 “실적 관련 기사는 사람들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분야”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기자들도 실적 관련 기사는 알고리즘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가옴의 설명도 재미 있다.일단 제목부터 화끈하다. Why we should be celebrating the rise of robot journalism instead of criticizing it. 로봇 저널리즘 등장을 비판할 게 아니라 환영해야만 하는 이유. 일단 기가옴은 로봇 저널리즘 관련한 호들갑은 시민 저널리즘이나 아마추어 저널리즘이 대두할 당시 기존 저널리스트들이 보였던 반응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기가옴은 저널리즘의 저변이 넓어지는 건 전문 저널리스트들에게도 크게 나쁠 건 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전문 저널리스트 노릇을 하려면 최소한 로봇보다는 나아야한다는 뼈아픈 지적은 빼놓지 않고 있다.

In a way, the debate about robot journalists is similar to the concern about the rise of “citizen journalism” or amateur journalism: namely, the fear among some traditional journalists that these new competitors will take jobs away from professionals. But by widening the pool of available reporters to include both amateurs and robots, we increase the amount of potential journalism being done — all it means is that as a professional journalist, you now have to make sure that you are better than a robot. If you aren’t, you should probably think about finding another line of work anyway.

애틀랜틱 기자의 재치만점 기사

대충 저 정도 선에서 글을 마쳐도 된다. 그런데 애틀랜틱에 게재된 기사를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다. 그 얘길 하고 글을 끝내도록 하자. 애틀랜틱 역시 그 동안 AP통신이 실적 기사에 대해선 기자들에게 로봇 같은 방식으로 일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그 부분 역시 공감한다. 그런데 정말 재미 있는 건 링크한 기사의 마지막 부분이다.

오늘 AP통신의 발표를 전해주는 기사가 전부 비슷비슷하다는 것. 그냥 AP 보도 자료를 요약해주는 선에서 처리하다보니 제목부터 본문 내용까지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궁금한 분은 애틀랜틱이 제공하는 기사 링크를 한번 눌러보시라.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비슷비슷하다.

결국 로봇 기자의 등장에 대해 진짜로 우려해야 할 부분은 기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똑 같은 일을 로봇처럼 하게 만드는 업계 관행이라는게 애틀랜틱의 지적이다.

Perhaps our fear—that it’s just a matter of time before a computer program tells us everything we need to know with inhuman flatness—should be channeled elsewhere, toward an industry whose economics encourage doing the same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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